파생상품은 채권 및 헤지펀드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전업 주부인 A씨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이 은행 직원은 A씨에게 투자설명서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투자설명서를 제공받았다는 내용으로 거래신청서에 자필서명하도록 유도하고 가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B은행 직원의 불완전판매로 인해 1100여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위 사례는 고객이 제기한 민원중 가장 많은 유형중 하나인 불완전 판매의 대표적인 경우다. 민원등급이 1등급인 은행은 이 같은 불완전 판매가 상대적으로 적고, 5등급은 반대로 고객 민원이 많다는 얘기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3년도 민원발생 평가결과'를 보면 신한은행이 2등급에서 4등급으로 떨어졌다. 또 국민은행은 전자금융사기 등 관련 피해로 지난해 민원이 14.5% 늘어나면서 4등급에서 5등급으로 하락했다. 농협은행은 고객정보유출로 등급 하향 대상이었으나 3년 연속 5등급이라 더 떨어질 곳이 없었다. 2009년부터 5년연속 하위권(4~5등급)이다.
이에 반해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은 2006년부터 8년째 1등급을 받아 대조를 이룬다.
민원평가는 금감원이 처리한 회사별 민원 건수와 금융사 해결 노력, 영업규모를 감안해 금융사의 민원 관련 점수를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미흡), 5등급(불량)으로 나눈 것이다.
그럼, 민원이 적기로 정평이 난 대구은행과 5년째 하위권(4~5등급)에 머물러 있는 농협은행간에는 고객응대에 있어 어떠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일까.
먼저 대구은행은 민원평가 1등급을 받았던 해인 2006년부터 각 지점에서 발생한 민원은 해당 지점에서 즉시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 금융소비자보호 지침마련과 고객불만 24시간 처리원칙을 이행하는가 하면 민원 현황을 누리집에 공개하고 있다.
특히, 2009년 고객감동드림팀을 가동해 업무적인 고객 친절만이 아닌 고객의 감성적 만족도를 채워주고 있다.
아울러 'CS Leading Company'라는 서비스 슬로건을 내걸고 뉴스타트 CS, CS클리닉, 경비원 특화교육 및 사이버 교육인 고객감동서비스 길라잡이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고객감동 기본기를 다져왔다.
이후 고객감동드림팀을 감성마케팅부로 확대해 기존에 다져온 고객감동 기본기에 핵심 영업브랜드로 '애인처럼'을 제정, 이색적인 감성경영을 전개하며 고객과 적극 소통 중이다.
지방은행의 특색을 살려 지역민과의 밀착도를 강화한 것도 민원발생이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대구 사람들은 대구은행을 '우리은행'이라 부른다. 지역민의 사랑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은행의 노력과 고객의 애정이 합쳐져 고객만족의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 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인규 대구은행장은 "미래를 함께하는 '베스트 파트너'인 고객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직접 현장에서 소통한 결과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며 "앞으로도 고객을 찾아가는 현장경영, 고객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도경영, 새로운 도약을 위한 미래경영을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5년째 민원평가 하위권에 있는 농협은행은 조직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경색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친절도가 낮은 은행중 한 곳으로 농협이 지목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른 은행들과 달리 과거 국책은행 시절의 습성을 아직 못 벗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체계적인 민원 감축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소비자 단체 관계자도 "농협은행은 그간 실적주의나 약정관행 등은 그대로 둔 채 소비자보호기관을 운영하는 수준의 전시성 대책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농협은행은 조직특성상 카드 등과 업무혼재로 인한 민원발생 여지가 많다는 설명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은 대부분 카드가 분사돼 민원건수에 포함되지 않지만 농협은행은 카드사업 겸영으로 인한 카드민원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요즘에는 대포통장 감축계획에 따른 통장개설 거절 및 서류요구에 따른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협은행은 2011년에 대규모 해킹사고와 빈번한 전산장애 등의 악재도 잇따랐다. 고객만족의 순환고리가 생길 틈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농협은행은 전사적인 민원감축 방안들을 내놨다.
민원감축 특별 대책반 운영이 대표적이다.
또 민원이 많은 영업점에 대해서는 제재를 강화하고 지역별 전담'민원 매니저'운영으로 영업점을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3대 민원 근절 운동'과 '민원예방 자기 점검의 날'지정 등 임직원 의식 개혁과 민원발생 경보 사전알림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금융상품 개발과 마케팅, 판매, 사후관리 등 모든 단계에서 소비자 관점으로 접근, 불만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올해부터 민원평가가 우수한 금융사에 대해서는 '1등급' 우수 마크를, 민원이 잦은 금융사에 대해서는 영업점 출입구와 홈페이지 전면에 '빨간 딱지'
일부 금융사들은 '불량'문구가 마치 재정적,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여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있다.
이에 금감원은 고질적인 '민원 불량'버릇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고칠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