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 인해 한화케미칼은 실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오르지 못한 채 장기 매수했던 기관마저 지난 16일부터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19일 주가가 전날보다 1.35% 떨어지자 그제서야 사기 시작했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 간 매수 싸움이 치열하다. 대개 외국인과 기관은 서로 반대로 매수와 매도를 번갈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특정 종목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순매수와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두 세력 간 업종에 대한 전망과 종목 매수 관점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기관은 한화케미칼의 실적 턴어라운드와 낮아진 가격을 보고 매수해 왔지만 외국인은 업황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데다 기존 해외주식예탁증권(GDR) 형태로 값싸게 매입한 데 따른 차익실현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관의 열렬한 '러브콜'에도 외국인이 계속된 순매도로 대응하고 있는 또 다른 종목은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KCC GS홈쇼핑 삼성증권 등이다. 기관은 LG생활건강에 대해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9일까지 무려 22거래일 연속 매수 중이다. 하지만 외국인은 같은 기간 철저히 순매도로 대응했다. 같은 화장품 업종인 아모레퍼시픽도 외국인과 기관은 지난 9일 동반 매수를 끝으로 12일부터는 서로 다른 길을 갔다.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지난 8일 10% 넘게 올라 140만원대에 이르자 외국인은 비싸다고 보고 매도 우위로 돌아선 반면 기관은 추가 상승 기대에 매수를 계속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4일 149만9000원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19일에는 139만3000원까지 떨어졌다.
대표 증권주인 삼성증권 역시 외국인과 기관 간에 관점 차이가 뚜렷하다. 기관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회사 구조조정 자체를 긍정적 소재로 보는 반면 외국인은 국내 증시환경 자체가 나빠지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외국인은 지난 12일 삼성증권 주가가 3만7700원을 저점으로 4만원대에 이르자 계속 내다팔았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기관은 삼성 지배구조 변화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완화 등으로 대형 증권사들의 수익구조 개선에 기대가 큰 반면 외국인은 호재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증권 주가가 19일 4만3350원으로 최근 4개월래 최고치를 찍자 외국인은 매수세로 돌아섰다. 외국인이 더 내다 팔 주식 물량을 소진했거나 매도 공세에도 주가가 계속 오르자 결국 기관에 손을 들었다는 평가다.
반대로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가 유독 강한 종목도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연속해서 사는 종목은 긴 흐름에서 수익이 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오리온은 지난달 4일부터 이날까지 무려 29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하루도 빼지 않고 사들였지만 같은 기간 기관 순매수는 6일에 그쳤다. 주가가 76만9000원(4월 16일)까지 밀렸을 때도 외국인은 이전보다 많은 118억원이나 순매수했다. 하지만 오리온 주가는 외국인과 기관 간 엇갈린 행보로 과거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 지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
롯데쇼핑과 신세계 같은 백화점 대표종목도 외국인 매수 속에 기관은 계속해서 팔고 있어 향후 주가흐름이 주목된다.
[김병호 기자 / 김윤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