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로 돈을 넣어둘 곳이 많지 않은 데다 은행들이 판매하는 특판예금이 4~5년 전에 비해 3분의 1 이하로 감소하면서 몇 주 새 수천억 원이 모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이 지난 4월 판매를 시작한 '외환 오! 필승코리아 정기예금 월드컵 정기예금'은 출시된 지 한 달 반 만에 2300억원이 몰렸다.
하나은행이 지난 2월 출시한 'Let's Go 브라질 오! 필승 코리아 적금 2014'는 적금임에도 불구하고 출시 세 달 만에 1300억원이 넘게 몰렸다. 두 상품은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한 우리 대표팀 성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16강 진출 시 연 0.1%포인트, 8강 연 0.2%포인트, 4강 연 0.3%포인트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우리은행이 작년 12월 6~24일 팔았던 해피 크리스마스 키위정기예금은 연 2.85%의 우대금리(1인 1계좌 제한)가 적용됐는데 무려 5636억원어치나 팔렸다. 당초 판매한도를 3000억원으로 정해놨으나 열흘 만에 수량을 다 채워 한도액을 두 배로 늘렸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은행이 지난 3월 내놨던 '우리 겨레사랑 공동구매 정기예금'에도 1870억원이 모였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보통 2% 초반대인 점을 감안하면 2% 후반대까지 받을 수 있는 특판 상품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신한ㆍ국민ㆍ농협은행 등이 특판예금 판매 계획을 세우지 않는 등 공급량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4~5년 전만 해도 자금 조달을 위해 특판예금을 수조 원씩 팔기도 했지만 이제는 저금리 때문에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며 "이제는 대부분이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이나 이벤트 차원에서 진행돼 단기간에도 많은 소비자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판예금 공급량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우리은행 등 일부 업체는 마케팅 차원에서 추가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19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첫 특판예금인 '힘내라 우리 중소기업 정기예금'을 팔기 시작한 데 이어 연말까지 추석 등 특정한 시기에 한두 건의
우리은행 중소기업 정기예금은 연 2.3% 기본금리에 거래 실적에 따라 최고 0.5%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여기에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주관하는 대회에서 유공자 포상을 받은 기업은 0.1%포인트의 추가 금리도 받을 수 있다.
[김규식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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