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위원 요청으로 국민은행에 대한 검사에 전격적으로 착수했다. 은행 스스로 직접 나서서 자기 조직 내 의사결정 과정을 검사해 달라고 금감원에 요청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셈이다.
국민은행은 기존 주전산서버인 IBM 메인프레임을 유닉스 서버로 전환하는 중이었는데 정 감사는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컨설팅 보고서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유닉스가 IBM에 비해서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 자체에 일부 수정 의견이 들어가 내용 자체가 왜곡됐다는 것이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대부분 은행들이 유닉스로 전환했고, 우리은행과 국민은행만 IBM 서버를 사용하고 있다.
정 감사는 이런 내용의 감사의견서를 작성해 지난 16일 감사위원회에 제출했지만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는 의견서 채택을 거부했다. 19일 다시 열린 이사회에서도 감사의견서가 상정됐으나 역시 채택되지 않았다. 이에 정 감사는 이건호 행장의 인가를 직접 받고 금감원에 검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KB금융지주는 모 임원 명의의 의견서를 통해 이사회 의견을 따르라는 내용까지 전달했다. 이는 지주 전체 차원에서 유닉스로 전환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견상 주전산서버 교체와 관련한 충돌로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대리전으로 비치고 있다. 이 행장은 감사위원회에서 정 감사 의견을 지지하면서 감사의 편을 들었다. 반면 은행 이사회는 임 회장 쪽에 서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은행 사외이사들이 정 감사를 아예 해임시키는 것까지도 검토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 감사는 지난 1월 상임감사위원으로 선임된 이후 돌출행동을 벌이면서 임 회장과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감사가 원칙대로 움직이면서 행장 결재 서류를 사전 감사하는 등 파격적인 조치가 이뤄졌고, 이는 가뜩이나 대내외적으로 사고가 많은 KB금융지주 내부 갈등으로 자주 비쳤다. 임 회장과 KB금융지주 측에서는 정 감사의 이런 행보에 적잖은 불만을 가졌다는 얘기다.
지주와 은행 간 갈등은 KB금융지주 쇄신안 이후에 더 두드러지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쇄신안을 통해 '원샷 인사' 등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은행은 지주가 발표한 쇄신안을 자체적으로 검토한 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서버 문제가 KB지주와 은행 간 갈등으로 나타나면서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대리전을 통해 충돌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한편 KB금융지주는 이날 정병기 감
[박용범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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