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2.72포인트(0.63%) 떨어진 1997.63으로 마감해 2000선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지난 14일 단숨에 2000을 넘어선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했던 만큼 시장의 실망도 컸다. 조만간 박스권 상단인 2050도 뚫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불어났으나 지수가 2000선을 넘어설 때마다 예외 없이 등장하는 투신권 매도가 이번에도 코스피 발목을 잡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737억원과 218억원을 사들였지만 투신은 799억원을 팔았다. 환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9거래일 연속 1조182억원 상당을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과열되면서 짧게 조정받는 것일 뿐 양호한 외국인 수급을 바탕으로 지수는 다시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인은 이날까지 11거래일 연속 2조5497억원을 사들여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 13일부터 23일까지 일평균 순매수액이 2748억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주 불과 551억원, 218억원을 사들인 것을 '끝물'로 여기기 쉽지만 금액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외국인이 더 사느냐 덜 사느냐의 차이일 뿐 쉽게 매도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코스피가 많이 올라 가격 부담이 생긴 것은 사실이나 지수 저점이 연초 1880에서 4월 1940, 현재 1960까지 높아져 더 추락할 위험은 작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쉽사리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전 세계 유동성이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졌고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초 금융완화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도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
아울러 중국 경기에 대한 기대가 실제보다 충분히 낮아진 점도 '중국발 리스크'를 낮춰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를 되살리고 있다. 지난주에도 5월 중국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7을 기록해 경기 개선을 의미하는 기준선 50을 못 넘었지만 시장은 예상을 웃도는 결과에 환호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단기간에 많이 샀기 때문에 속도 조절은 불가피하나 코스피 발목을 잡던 차이나 리스크가 해소되는 국면이라 외국
한 풀 꺾인 코스피가 다시 오르기 위해서는 외국인 매수세가 자동차주 등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코스피 2000선이 붕괴됐던 이날도 현대차(-2.55%) 기아차(-2.31%) 현대모비스(-1.87%) '자동차 3인방' 주가가 일제히 떨어져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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