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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우발채무가 16조원에 달하는등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증권사가 보증을 서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위기 상황 발생시 산업 부실이 증권업으로 쉽게 전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매입보장약정이나 지급보증 등을 약정해 발생할 수 있는 우발채무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5조8000억원 규모로 지난 2011년 말 7조9000억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이같이 증권사 우발채무가 급증하는 주요 원인으로 업계에서는 ABCP 발행이 지목되고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금융상품 만기가 줄어들면 그만큼 투자 기간이 짧아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실 가능성이 줄어들어 이득이다. 이 뿐 아니라 발행사는 신용보강 덕택에 채권신용등급을 높여 더 많은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고, 먹거리가 급감한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 투자자-발행사-증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대목이다.
일례로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대한항공이 '항공화물운임 매출채권(항공 화물을 운송해준 대가로 받을 대금)'을 담보로 발행한 사모 ABS를 매입했다. 이 사모 ABS 만기일은 2017년 11월 14일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사모 ABS를 특수목적회사(SPC)에 넣어 ABCP 형태로 구조를 변경해 투자자에게 팔았다.
이같이 구조를 변경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장기금융상품인 ABS의 만기를 줄여 투자자들에게 단기금융상품인 ABCP를 팔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하이투자증권은 3년 만기 ABS를 만기 3개월 짜리 ABCP로 쪼갰다. 그리고 투자자들이 ABCP 만기인 3개월뒤 재투자하지 않을 경우 해당 ABCP를 인수하겠다고 약정하는 신용보강도 제공했다. 매 3개월마다 롤오버 (만기연장)하는 구조로 투자자가 없을 경우 하이투자증권이 대신 투자자로 나서 해당 ABCP를 사들이겠다는 뜻이다. 하이투자증권 신용보강이 들어가면서 이 ABCP는 신용등급 'A1'을 받았다. A1은 CP 신용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이다.
문제는 ABCP 가격하락등의 이유로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하거나 최악의 경우 ABCP 기초자산인 ABS가 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질 경우 해당 부담을 하이투자증권이 모두 부담해야된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증권사들이 IB업무 영역을 확대하면서 기업공개(IPO)쪽보다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먹거리인 신용보강을 통한 유동화 업무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며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 등으로 투자자들이 채권 시장에서 발을 빼면서 ABCP 등 유동화증권이 시장에서 제대로 매각되지 않으면 곧바로 증권사 유동성에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사모 회사채가 1월 1518억원에서 4월 이후 최근까지 4039억원 규모로 발행되는 등 발행량이 급증한 것도 사모사채 담보 ABCP 유동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이같은 유동화는 공모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금조달 창구가 된다는 점에서 일견 긍정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증권사가 구조화 금융기법에 신용보강 등으로 연관된 금액(익스포저) 증가세가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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