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사는 주부 김 모씨(36)는 내 집 마련을 미루기로 했다. 현재 거주 중인 3억5000만원짜리 전세 아파트는 1억원 정도 보태면 살 수 있지만 아파트값이 더 떨어질 것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전세금을 올려주더라도 당분간 전셋집에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봄 이사철을 넘기면서 안정세를 되찾았던 전세금이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5월은 전통적으로 전세 시장의 비수기다. 하지만 전ㆍ월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이 발표된 뒤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이 침체되고 급기야 분양 시장에도 관망세가 확산되면서 다시 전셋집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2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전세금은 지난주보다 0.04% 올라 3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은 0.01% 내렸지만 지난주(-0.02%)보다 하락폭이 작아졌고 수도권은 0.03% 올라 상승폭이 커졌다. 지방은 0.04% 상승했다.
구별로 보면 용산구가 0.19%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은평구(0.12%), 구로구(0.09%), 중랑구(0.08%) 등 순이었다. 용산구 한남동 리첸시아 인근 H공인 관계자는 "매매 시장이 고꾸라지면서 전세 물건을 찾는 손님이 많다보니 전세금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남동 리첸시아 전용 72㎡형 전세금은 4억5000만원대로 올 초보다 5000만원가량 뛰었다.
무엇보다 분양 시장을 떠받쳐 온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할 경우 하반기 전세 시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분양 관계자는 "예비 청약자들의 대다수가 세입자인데 지갑을 닫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이달 들어 수도권에서 1ㆍ2순위 마감에 성공한 단지는 거의 없다. 경기 하남미사, 김포, 시흥, 용인, 동탄, 평택 등에서 미달ㆍ미계약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건축심의 통과와 사업시행인가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주택 시장 전반에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다"며 "거래를 활성화하는 등 시장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는 보완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이승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