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현대글로비스는 전날보다 1만7500원(6.72%) 오른 27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SK C&C도 전날보다 6500원(3.9%) 오른 17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두 종목 모두 사상 최고가 기록이다. 한진그룹의 핵심 축을 맡고 있는 한진도 전날보다 0.1% 상승하면서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종목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그룹을 시작으로 다른 그룹에서도 유사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는데, 이 같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면서 현대차 지분이 거의 없는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차 지배력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정 부회장이 순환출자 고리의 주요 3개 계열사 중 지분을 보유한 곳은 기아차(1.75%) 정도다. 현대글로비스(31.9%)와 이노션(40%) 등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만, 지배구조와 당장은 큰 연관이 없다. 정 부회장이 그룹을 승계하려면 순환 고리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경영권에 위협받지 않을 만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를 사들일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5조~7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기업이 바로 현대글로비스다. 정 부회장이 가진 현대글로비스 지분가치는 현재 2조7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현대글로비스가 경영승계 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같은 '실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전날 삼성에버랜드 상장 소식에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사상 최고치로 마감한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의 지분가치를 한껏 높인 뒤 실탄을 마련해 기아차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면 기아차→현대모비스로 연결된 순환출자 고리도 끊을 수 있게 된다.
SK C&C를 둘러싼 가능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최대주주인 최태원 SK 회장이 보유 현금이 별로 없기 때문에 SK C&C가 배당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SK C&C는 2011년 주당 1000원이던 배당을 2012년 1250원으로 올리고 또다시 지난해 1500원으로 올린 바 있다.
또 하나는 SK C&C와 SK(주) 합병을 위한 사전 조치로 SK C&C 주식가치를 올려야 한다는 것.
SK그룹은 '최태원 회장→SK C&C→SK(주)→SK이노베이션 등 각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SK C&C와 SK(주)가 합병하고 양 사가 가진 자사주를 소각하면 최 회장 지분율은 현재보다 더 높아지게 된다. 어떤 시나리오든 SK C&C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8월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한진칼홀딩스와 항공운송사업을 하는 대한항공으로 인적분할되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정석기업→한진→한진칼→정석기업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반드시 끊어야 한다. 자회사 등에 대한 지주회사 요건도 충족시켜야 한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법은 정석기업과 한진칼이 합병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한진은 통합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지만,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해 한진이 보유하고 있는 통합지주회사 및 대한항공 지분을 매각
이 과정에서 한진의 자산가치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에 한진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런 이슈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최근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졌다고 해서 이와 유사한 종목을 추격매수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시영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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