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서는 이처럼 매일같이 신저가를 경신하며 바닥 밑으로 들어가고 있는 종목들을 '지하실주' '땅굴주'라고 부른다. 낙폭이 커서 이제는 바닥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계속 주가가 빠지면서 낭패를 보게 되는 종목들이다. 최근 삼성전자를 포함한 대다수 삼성그룹주들이 선전하면서 대형주 장세로 수급이 옮겨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52주 신저가 종목들도 속출하고 있다.
올 들어 이른바 '땅굴'을 파고 있는 업종은 정유만이 아니다. 철강(동국제강) 엔터테인먼트(CJ헬로비전) 유통(롯데쇼핑 현대백화점 롯데하이마트) 식음료(빙그레 신세계푸드 동원수산) 바이오(LG생명과학 한미약품) 유틸리티(지역난방공사 한전기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올해 초만 해도 주당 40만원을 넘었던 백화점 대장주인 롯데쇼핑은 지난달 29일 주당 30만원 선이 붕괴된 뒤 좀처럼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12년 7월 말 주가(27만9000원)를 향해 가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는 백화점주 부진이 최근 해외직접구매, 병행수입 등 유통 트렌드가 바뀌면서 주가도 강한 조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세월호' 사건으로 내수가 줄면서 백화점뿐만 아니라 기타 유통매장과 홈쇼핑도 줄줄이 신저가 행렬에 서 있다.
빙과류 판매로 여름철 대표 수혜주로 꼽히는 빙그레 폭락도 주목할 만하다. 빙그레는 1년 전만 해도 7~8월 여름 특수 기대감에 주가는 10만원을 넘었지만 올해는 5일 기준 7만6900원까지 밀리며 연일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 지난해 고공행진을 했던 바이오ㆍ제약주 부진도 두드러진다. 대다수 제약 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52주 신저가 대열에 합류한 한미약품, LG생활건강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이제 관심은 땅굴 종목들 주가 변화와 이들 종목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쏠리고 있다. 일단 신저가를 계속 경신하고 있는 종목들은 실적 개선이나 외부 수급 조건이 당장 개선되지 않는다면 향후 주가가 당분간 상승세를 타기는 어려워 보인다. 낙폭이 큰 만큼 일시적으로 소폭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는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는 있지만 업황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세적인 상승 흐름이 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유업종은 지난해부터 정제마진 감소와 파라자일렌(PX) 같은 화학물질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세월호 사건으로 움츠러들었던 내수 소비가 살아나면 백화점, 유통, 식음료 종목은 추세적인 상승을 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저가 종목에 대한 투자는 신중하라는 주문이 대세다. 신저가주는 수익 펀더멘털이 과거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신저가를 냈다는 것 자체가 기술적으로 나쁜 추세에 들어선 것인 만큼 주가가 추세 반전이 나올 때까지 투자를 미룰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류주
그러나 낙폭이 큰 종목 가운데 미래 성장성을 잘 따져 선별 투자를 한다면 오히려 미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병호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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