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취임 1주년을 앞둔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5일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앞으로 농협금융이 집중 투자할 영역으로 '농식품 기업금융'을 꼽았다. 임 회장은 인터뷰 내내 금융권이 수익성 악화와 잇따른 금융 사고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지금이야말로 '차별화' 전략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사들 간 과도한 경쟁이 수익성을 갉아먹고 서비스 질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차별화ㆍ전문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체 기업금융에서 농협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지만 농식품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로 월등히 높다.
임 회장은 "농협중앙회가 농축산물의 생산, 유통, 가공, 소비 관련 조직을 갖추고 있어 금융 지원뿐만 아니라 컨설팅을 포함한 종합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한 개별 농가나 젊은 자영농들이 농식품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임 회장은 농식품 기업금융의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해외 사업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에서 안전하고 질 높은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 최대 식품 기업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통일 이후 북한에 금융시스템을 이식하는 데 농협금융이 앞장서겠다는 장기적인 비전도 내놨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지주와 공동으로 통일금융 TF를 운용하고 있다. 그는 "농협은 전국 지방 곳곳에 금융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북한 인구 3분의 1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농협금융이야말로 북한 주민에게 다가가 신용과 이자 개념을 알리는 역할을 가장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은행처럼 평양, 개성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중강진, 함흥같이 소외된 지방 곳곳에까지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귀띔했다.
임 회장이 취임한 지난 1년 농협금융에도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KT ENS 대출 사기와 같은 금융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임 회장은 금융 사고를 막으려면 직원들의 '의식 개조'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직원들이 전자감독규정을 제대로 숙지한 후 지키려고 노력했다면 고객정보 유출과 같은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
농협금융은 회사별 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는 27일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와 관련된 거래를 최종 완료할 예정이다.
임 회장은 "생명보험, 증권, 선물과 같이 중복된 회사는 최대한 빨리 합병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겠다"고 말했다.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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