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식 매도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공식화된 지난달 26일 이후 집중됐다. 실제 KB자산운용은 이 기간 동안 138만9386주(10.25%)를 집중 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다음 주가가 합병 발표에 따른 기대감으로 지난달 27~28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치며, 8만원을 밑돌던 주가가 단숨에 10만5000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의 평균 매도단가가 주당 10만4000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총 매각액은 1445억원에 이른다. 이번 지분 처분으로 KB자산운용의 최근 5년간 다음 투자 수익률은 30%를 조금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KB자산운용은 2006년 다음에 처음 투자한 이후 꾸준히 지분율을 늘리며 2008년 지분율 5%를 넘어섰다. 이후 주가가 10만원을 넘을 때마다 차익을 실현했지만 꾸준히 주식을 매수하면서 다음 2대 주주 자리까지 올랐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카카오와 합병으로 다음의 강세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KB자산운용이 지분을 대거 처분한 데는 다음과 카카오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치투자전략을 추구하는 KB자산운용 주식운용팀에선 이번 주가 급등으로 순식간에 20배를 웃돈 다음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동종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높다고 인식했다는
실제 인터넷 포털과 메신저 사업을 영위하는 네이버의 PER는 16배 수준(작년실적 기준)으로 다음에 비해 크게 낮다. 최웅필 KB자산운용 상무는 "주가가 급등하면서 기업가치가 계속 보유하기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상승했다"며 "나머지 보유 지분도 시장 상황에 따라 처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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