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이 내놓은 이번 정책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기준금리를 0.25%에서 0.15%로 인하하고 시중은행들의 중앙은행 예금에 대해 -0.1%의 금리를 부과한다.
둘째, 시중은행을 상대로 한 중앙은행 대출 프로그램(TLTRO)을 가동해 최대 4000억유로(약 550조원) 대출을 제공한다.
셋째, SMP라고 하는 기존 국채 매입의 불태화 정책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불태화 포기는 더 이상 국채를 매입하면서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풀릴 자금은 1625억유로로 추정된다.
과거 미국이나 일본이 했던 정책에 비해 유럽 정책은 비교적 복잡하다. 단순하고 명쾌한 방식으로 돈을 풀지 않고 복잡한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해석도 엇갈린다.
발표된 정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이너스 예금금리 도입이다. 2009년부터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세 차례에 걸쳐서 3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매입 정책을 시행했다.
그런데 이 돈이 전부 시중에 풀린 것은 아니다. 자산매입 자금 중 2조6000억달러는 초과지급준비금이라는 형태로 다시 중앙은행에 예치됐다.
연준이 사들인 채권 규모의 27%만 시중에 유동성으로 풀리고 나머지는 다시 중앙은행에 매여 있다. 일본은 자금 유통 비율이 18%로 더 낮다.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이 시중에 유동성을 푸는 것보다 많은 자금을 투입해서 국채금리를 안정시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는 의미다.
유럽은 이번에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자금에 대해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중앙은행에 돈을 예치해두면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돈을 대출이나 자산 매입 등으로 쓰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 다시 중앙은행으로 돌아오지 않고 시중에 풀리게 된다.
익숙한 양적완화라는 정책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유럽중앙은행 정책을 얕잡아볼 일은 아니다. 경기 회복을 위해 매우 강한 부양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제껏 유럽중앙은행이 내놓은 정책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이다.
[김승현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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