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이 5조원을 넘나들며 추세적으로 늘어나는 조짐을 보이자 '거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거래가 늘어나면서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하던 주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돌아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이 5조2255억원을 기록해 작년 10월 23일(5조3634억원)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다. 이달 들어서도 거래대금은 3일 4조8856억원, 5일 5조1445억원, 9일 4조5712억원으로 꾸준히 5조원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2012년 9월 이후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4조원대를 맴돌면서 단 한 차례도 5조원을 넘어선 적이 없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4조원조차 넘기지 못했던 만큼 6월 들어 현재까지 평균 거래실적(4조4406억원)은 단연 돋보인다.
코스피에서 거래가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자 이 같은 흐름이 본격적인 반등의 신호탄이라는 '낙관론'도 조심스럼게 나오고 있다. 박스권에 길들여진 투자자들이 지수 상승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면서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증시를 짓눌렀던 중국 그림자금융과 우크라이나 사태, 세월호 사건 등 국내외 악재가 잦아들고 지난달 13일부터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19거래일 연속으로 3조3276억원 상당을 순매수하고 있는 것도 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국내 증시가 대형주 장세로 옮겨가면서 경기민감주까지 강세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삼성 지배구조 개편 관련주가 한 차례 들썩이고, 이어 철강ㆍ화학ㆍ조선 등 유럽 경기 부양 수혜주가 반격을 시도하는 등 특정 주식에 편중되지 않고 매매가 번갈아 이뤄지고 있는 점이 거래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무게추가 중소형 개별 종목에서 대형주로 이동하자 코스닥 거래대금은 9일 기준 1조3358억원으로 줄어 지난 1월 7일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등 특정 종목에만 거래가 쏠리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눌려 있던 주식이 함께 오르는 추세"라며 "손바뀜이 빈번하게 일어나 거래 물량이 자연히 늘어나고 있으며 3~4분기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코스피 상황이 유동성에만 의존하던 '금융장세'에서 기업 실적을 담보로 하는 '실적장세'로 이동하는 초입 단계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삼성에서 시작된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 우선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그룹주 전반으로 퍼지면서 호재와 악재가 사라진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일순 한국거래소 시황분석팀장은 "과거 중소형 테마주가 활개를 치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증시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기업 실적을 기초로 투자자들이 지수 상승을 확신하게 되면 외국인뿐만 아니라 기관도 매수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띠면서 전 세계 증시가 함께 오르고 있는 것도 강세장에 대한 믿음을 더해주고 있다. 미국 증시는 연일 사상 최고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9일(현지시간)에도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나흘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올해 들어서만 각각 19번째, 9번째 신기록을 세웠다. 조용
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 증시가 연일 신고가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그동안 소외됐던 한국ㆍ중국 증시도 상승세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며 "ECB가 통화정책 패키지를 내놓은 데 이어 중국 역시 지급준비율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부양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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