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중국 '역직구족'과 한국을 찾는 관광객을 타깃으로 국내에서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알리페이는 최근 하나은행ㆍ한국정보통신(KICC) 등과 한국 결제 시장 진출을 위한 업무 제휴를 하기로 했다. 한국과 중국 금융당국은 알리페이의 한국 진출에 법적인 문제가 없는지 최종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이다.
최근 알리페이는 시범적으로 롯데면세점과 롯데닷컴에서 결제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이번 하나은행 등과의 제휴를 통해 중국인이 주로 찾는 온ㆍ오프라인으로 가맹점을 크게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그룹의 계열사인 알리페이는 중국인 회원만 8억2000만명에 달한다. 알리페이가 국내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는 보다 촉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알리페이가 가맹점을 직접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하나은행과 협력에 나선 것"이라며 "쇼핑몰, 면세점은 물론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식당, 성형외과 등에서 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알리페이는 중국 온라인 결제 시장의 50%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모바일 결제 금액은 1500억달러로 미국 '페이팔' 규모(27억달러)의 5배에 달했다. 알리페이 회원은 온라인에서 자신의 은행 계좌를 등록한 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결제 송금 펀드 가입 등 다양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등록된 바코드만 있으면 오프라인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중국인 관광객이 신용카드 없이 스마트폰만 가지고도 국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알리페이의 본격적인 한국시장 진출에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432만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신한카드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사용한 신용카드의 총지출액은 3조8000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80%가량 증가한 수치로 한국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도 중국 소비자를 잡기 위해 중국 최대 신용카드사인 은련카드와 제휴를 맺고 국내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다.
BC카드는 국내 은련 가맹점 모집 및 전표 수거 매입 업무를 담당하면서 일정 부분 수수료를 받고 있다. 신용카드 실물 없이도 결제 가능한 알리페이의 가맹점이 확대되면 국내 카드사들은 해당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매입 업무의 비중은 상당히 작아서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중국인 관광객의 카드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데 알리페이로 인해서 카드 매출 증가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알리페이 결제시스템의 거래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알리페이를 통한 거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알리페이 회원이 신청한 결제가 승인됐음이 KICC를 통해 확인되면 다음 날 회원이 결제한 가맹점이 하나은행에 매출채권을 신청하고, 그 다음
금융당국은 스마트폰을 통한 오프라인 결제에 보안상 문제가 없는지도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알리페이의 한국 진출 방식이 기존 카드사들과 달라 어떤 규정을 적용해야할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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