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달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하나은행 종합검사와 KT ENS 관련 부실 대출에 대해 김종준 은행장을 제재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KT 자회사인 KT ENS의 협력업체에 1600억원정도의 돈을 대출해줬다가 사기를 당했다. 이 사기 사건 등으로 하나금융의올해 1분기 순이익은 19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1% 줄었다.
현재 김종준 행장은 문책경고를 받으며 감독당국으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고 있으나 버티고 있는 상황. 하나은행 측은 이 사건으로 다른 유탄을 맞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KT ENS 부실대출 건이 김 행장까지 책임소지가 있는 정황이 발견된 만큼 적어도 '주의적 경고' 정도의 경징계가 예상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결과에 대해 확인해줄 수는 없으나 KT ENS 관련 제재에서 하나은행의 경우 문제가 크기 때문에 김종준 행장까지 제재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종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김승유 당시 하나금융 회장의 지시로 영업정지된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투자해 60여억원의 손실을 입혀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금감원은 김 행장에 대한 징계내용을 조기에 공개하는 등 사퇴 압박을 가했으나 김 행장은 "대내외의 어려운 금융환경속에서CEO의 공백은 조직의 피해와 직결될 수 있다"며 "내년 3월까지 남은 임기를 마칠 것"이라며 중도사퇴 거부의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김종준 행장이) 알아서 물러나야지, 무슨 소리냐"는 뉘앙스로 구체적인 제재내용이 담긴 징계안 공개 카드를 꺼내며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관치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김 행장의 임기완주 선언에 바짝 독이 오른 감독당국이 최근 무리한 방식으로 사퇴를 종용하는 것 같다"며 "경징계에 그칠정도의 사안인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 사건을 또 다시 사퇴 압박용 '여론몰이'로 사용하는 것은 관치금융의 전형적인 행태"라고 꼬집었다.
김석진 한국금융학회장도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를 감독당국이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식으로 비치는 건 적절치 못하다. 내부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다면 들여다볼 수 있겠으
한편 임영록 KB금융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은행권 경영진들의 대규모 징계속에서도 이순우 우리은행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제재대상에서 제외돼 눈길을 끈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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