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자산운용이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효과로 급등한 보유 종목들을 대거 매각해 수익을 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공매도 투자를 감행하고 '팔지 않겠다던' 주식까지 매각해 눈초리가 따갑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위메이드의 2대주주였던 KB자산운용은 보유 지분을 지난달 26일 약 31만1600주(약 148억원), 27일에는 13만4600주(약 67억)씩 매각해 수익을 냈다.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이 지난달 26일 발표된 이후 위메이드는 보유한 카카오 지분 5.7%의 가치가 커질 것이란 전망 아래, 주가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위메이드의 주가는 26일엔 상한가를, 27일에는 8%대 급등하며 5만1800원까지 수직 상승했다.
KB자산운용은 매각 지분 중 2000주에 대해서는 차입 후 매도하는 '공매도' 투자 전략을 펼쳤다. KB자산운용은 합병 공시날인 26일 삼성증권으로부터 주식 차입 계약을 맺었다. 이후 주가가 오르자 매도해 단기 급등에 따른 시세 차익을 얻었다.
일각에서는 KB자산운용이 당시 일종의 '테마주'가 된 위메이드를 단기 이슈에 따라 매각 결정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나온다. 시장의 주요 투자자인 KB자산운용이 대량 물량을 단기간에 쏟아내면서 주가가 반전해 기업과 다른 일반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 측은 "위메이드 자체의 기업가치와는 상관관계가 낮은 이벤트성 급등으로 판단해 주식 일부, 9342만원 규모를 롱숏펀드에서 차입매도 했다"고 말했다. 회사의 합병 소식을 미리 알고 투자한 것은 아니며 당시 기관들이 위메이드 주식을 매도한 분위기 속에서 같은 투자 전략을 취했다는 의미다.
KB자산운용은 비슷한 기간 위메이드의 자회사 조이맥스에 대한 보유 지분도 0.42%(2만9468주) 매도했다.
조이맥스는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해 모바일 게임 부문에서 성장할 것으로 기대돼 주가가 지난 26일 전 거래일 대비 9% 넘게 폭등했다.
KB자산운용은 특히 '팔지 않겠다던' 다음 지분도 합병 이슈를 기회로 대거 매도했다. KB자산운용은 합병이 결정된 지난달 23일 이후 보유 지분을 9.20%, 124만7920주를 장내 처분했다. KB자산운용의 보유 지분은 12.19%에서 2.99%로 축소됐다.
다음은 합병 이슈가 호재로 작용하면서 주가가 지난달 26일부터 연속 2거래일 동안 상한가를 기록, 7만원대에서 10만원을 넘게 껑충 뛰어올랐다. 이에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보유 지분을 대규모 매도한 것이다.
KB자산운용의 경우,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는 보호예수의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KB자산운용 측은 합병 발표 당시 "다음과 카카오는 다른 플랫폼을 갖고 있어 차후 긍정적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장기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의 눈초리가 따가
KB자산운용은 이와 관련 "8년 가까이 장기투자를 했지만 단기간에 주가가 너무 급등해서 차익실현 차원에서 매도를 했다"며 "과거에도 10만원이상 가격대에서는 매도하고 9만원 이하에서는 지분을 늘리는 전략을 취해왔다"고 해명했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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