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반의했던 해외점포 실적이 올들어 큰 폭으로 개선, 각 은행들의 해외 영업망 확대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64개 해외점포는 올해 1분기 6954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744만 달러(116.6%) 급증한 수치다.
신한은행 68개 해외점포와 외환은행 91개 해외점포도 영업익이 각각 3901만 달러와 5015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25만 달러(40.5%)와 883만 달러(21.4%) 늘었다. 산업은행 역시 3181만 달러로 568만 달러(21.7%), IBK기업은행이 2133억 달러로 65만 달러(3.1%) 증가했다.
도쿄지점의 대규모 부당대출과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투자 실패 등으로 해외영업 실적을 공개치 않은 KB국민은행을 제외하면 은행권 전반의 해외점포 영업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이 은행의 해외점포 영업익이 급반등한 배경으로는 부실채권 정리가 꼽힌다.
기업은행의 연체율은 1.50%에서 0.70%로 떨어졌고 외환은행의 연체율도 0.61%에서 0.30%로 절반정도가 하락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일본, 베트남, 미국 등 핵심시장에서 우량자산 위주로 대출을 확대해 영업 실적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해외시장 실적 개선 분위기를 타고 영역확장 경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최근 두바이 지점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중동 시대'를 열었다. 이순우 행장은 두바이 지점 개소식에 직접 참석해 해외영업망 확충 의지를 내빚쳤다.
특히, 이번 개소식에서는 셰이크 막툼 왕자가 '깜짝' 방문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해 눈길을 끌었다. 두바이 두번째 통치자이자 경제분야를 총괄하는 막툼 왕자가 직접 외국계 은행 개소식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막툼 왕자의 이번 방문 등으로 우리은행 두바이 지점은 '카테고리1'라이선스를 발급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테고리 1의 경우 여·수신 등 상업은행 영업은 물론 투자은행(IB) 영업도 가능한 라이선스인 만큼 현지에 진출한 대형 일본계 은행들도 취득키 어렵다는 전언이다.
우리은행은 두바이지점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향후 터키, 이란, 이라크 등 범아시아벨트를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인도 첸나이 지점을 기반으로 뉴델리와 뭄바이 등으로 네트워크를 넓힐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연내 현지 자회사인 인도네시아우리은행(BWI)과 사우다라은행(Saudara Bank)의 합병을 완료할 것"이라며 "합병이 완료되면 현재 17개국 64개 네트워크가 180여개로 늘어나 국내 금융그룹중 가장 많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올해 이미 문을 연 3곳을 포함, 5~6개의 점포 증설을 검토중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폴란드 브로츠와프 지역에 유럽신한은행 폴란드 대표사무소를 개설했다. 브로츠와프는 서쪽으로는 독일, 남쪽으로는 동유럽 공업중심지인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서쪽으로는 우크라이나, 루마니아와 인접해 동서 유럽 연결지로서 교통이 발달해 일찍이 공업도시로 발전했다.
특히, 무와봐 및 브로츠와프를 중심으로 유럽내 최대 가전 생산기지로 변모하면서 LG그룹 등 외국인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지역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994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법인으로 영업을 시작한 이래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내 한국계 기업 진출들에 금융지원을 확대하며 해외 진출을 지원해 왔다. 이번 폴란드 대표사무소 개점으로 국내 은행 최다인 16개국 69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됐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법인통합에 이어 중국 법인을 곧 통합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조만간 베트남 사무소가 지점으로 전환, 본격적인 영업을 위해 지점 위치를 선정하고 채용을 준비 중이다.
특히, 외환은행은 올해 해외에만 5곳의 점포를 세운다.
다음달께 러시아 현지법인을 시작으로 8월 캐나다 밴쿠버와 9월 인도 첸나이, 12월 캐나다 토론토에 각각 지점과 출장소를 열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도 시중은행의 해외시장 확대전략과 보폭을 맞추며 적극적이 지원에 나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미얀마를 방문해 미얀마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국내 은행들의 진출 인허가 협조를 적극 요청했다. 앞서 인도 중앙은행의 칸(H.R. Khan) 부총재를 만나 은행감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규제완화 차원에서 국내법과
신 위원장은 "은행들의 해외시장 진출 장애요인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정부 차원의 금융세일즈 외교를 적극 추진하겠다"면서 "해외진출은 위기와 변화에 직면한 우리 은행산업에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