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2.74포인트(0.14%) 상승한 1993.59를 기록하면서 이라크 사태에 따른 급락은 모면했다. 이라크발 악재가 발생한 지난 13일 코스피는 전날 대비 1% 넘게 떨어졌지만 거래 이틀 만에 추가 하락은 멈춘 것이다. 외국인 수급도 마찬가지다. 지난 13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2551억원 순매도하며 22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로 바뀌었지만 16일에는 다시 순매수(372억원)로 돌아섰다.
증시 전문가들은 과거 중동 사례를 살펴보면 이라크 사태가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최근 중동발 악재로 코스피는 2~3거래일 하락했다가 반전한 뒤 한 달이면 원래 위치를 되찾거나 상승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시리아 사태의 경우 코스피 하락은 당일 하루에 그쳤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 임박이 알려진 지난해 8월 28일 코스피는 국제유가 급등 우려에도 소폭(0.07%) 떨어진 뒤 다음날인 29일 1.22% 올라 전날 하락폭을 만회했다. 앞서 같은 해 7월 3일 이집트 반정부 시위가 격화됐을 때도 코스피는 일주일간 1.4% 하락했지만 한 달 뒤에는 3.6% 상승으로 나타났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리아나 이집트 사태를 보면 국가 간 전쟁이 아닌 내전의 경우 주가에 미치는 충격은 수일에 그친 뒤 곧 반등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중동발 악재에 코스피는 크게 빠진 만큼 되돌리는 폭도 빨라 이번주 중반쯤 본격 반등해 2000선에 닿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최근 주가 부진이 반드시 이라크 영향이 아닌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영향도 있다고 강조한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이라크 내전 발생 당일 미국과 중국, 일본 증시는 모두 올랐다"며 "최근 코스피 하락은 삼성그룹 지주사 전환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해 삼성주들의 급락 영향도 크다"고 전했다.
국제유가 변동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상승세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은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가 배럴당 115달러 이상 되면 실물경기 둔화가 나타나는데 미국의 전략유 방출 등을 감안하면 115달러를 넘긴 힘들다"며 "향후 코스피 변동에는 유럽중앙은행(ECB) 금리 인하, 이번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 대외 이슈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유가 상승은 실질적인 공급 악화에 따른 것이 아니라 우려감 때문"이라며 "이라크 주요 산유시설은 반군이 장악한 북부지역이 아닌 남부에 있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라크 사태로 인해 '건설주 약세, 정유주 강세' 구도가 오래가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건설주들은 이라크발 악재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양새다. 국내 건설사 프로젝트가 정부군이 확실한 장악력을 가진 남부에 집중돼 있어 손실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에 더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는 취지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라크 남동부 바스라주의 가스ㆍ오일 분리 플랜트(DGS) 공사를 진행 중인 대우건설은 지난 13일 4.47% 급락했지만 16일에는 3.38%
[김병호 기자 / 조시영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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