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담보대출은 유동성이 급한 주주에게 중요한 현금 마련 창구가 된다. 거액을 확보할 수 있는 대주주에겐 증여ㆍ상속세 등 세금납부와 유상증자 자금용으로 빈번하게 쓰인다. 주식담보대출은 평균적으로 7%대 금리 수준에 담보인정비율은 50~70% 사이다. 담보가치 평가가 비교적 수월해 대출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대출 상환 여부와 주가에 따라 담보 주식이 시장에 쏟아질 우려가 있어 다른 주주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다. 대출처에서는 최악의 경우 반대매매를 통해 주식을 시장에 팔아버리기 때문에 주가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반대매매에 따라 취약했던 기존 경영권이 위태로워지는 중소기업도 있다.
국내 상장사 사이에서 대주주의 주식담보대출은 심심치 않게 공시되고 있다. 17일 거래소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풍제지 노미영 부회장은 지난 9일 22만주를 담보로 맡기고 한국증권금융에서 21억원을 대출받았다.
지난 4월과 5월에도 신한금융 계열사에서 각각 30만주와 19만6000주로 15억원, 20억원을 빌렸다. 노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이무영 회장에게 주식 모두를 증여받으면서 100억원가량 증여세가 발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세금 납부를 위한 현금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거래량이 많지 않아 주가는 크게 하락하지 않았지만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해 쌍방울은 주식담보대출이 촉매제가 돼 주가가 급락한 사례다. 지난해 10월 10일 쌍방울 주가는 전날보다 9.04% 급락했다. 최대주주 레드티그리스가 주식담보대출을 크게 늘린 가운데 주가 하락으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당시 지분 24.78%를 보유한 레드티그리스는 거의 주식 전부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일시적으로 쌍방울 주식을 투매했다.
국내 주식담보대출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사회적 분위기상 주주로 있는 기업을 통해 현금 마련이 쉽지 않은 자산가들은 물론 소액주주도 잇달아 대출을 받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예탁증권담보융자(대출)금은 8조6121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0년 6월 13일 5조2767억원보다 63.2% 급증한 것은 물론 지난해 같은 날 기록한 7조4981억원보다 14.9% 더 높아진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금 마련을 위해 너도나도 대출을 받고 있고 증권사들이 거래만으로 수입이 되지 않으니 영업을 확대한 탓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대주주가 현금이 부족해 돈을 빌렸다 갚지 못해 경영권이 넘어가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금성테크는 담보제공 주식에 대한 반대매매로 최대주주가 바뀐 사례다. 기존 최대주주 박주형 대표는 지난 3월 18일까지 138만8888주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대출금 회수에 나선 금융사의 반대매매로 276주만 손에 남았다. 79만630주로 기존 2대주주였던 정영두 씨가 의도치 않게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지난해 상반기 1000~1100원 선을 오가던 금성테크 주가는 지난 3월 500원대까지 떨어졌다. 당시 담보가치가 일정 수준을 넘어 떨어지자 반대매매가 이뤄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 하락에 경영권까지 넘어가는 반대매매가 나타나면 다른 주주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
최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의 주식담보대출은 공시 의무 사항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라면 누구나 손쉽게 확인 가능하다. 가까운 시일의 다른 공시를 살펴본다면 대출 목적도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윤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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