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증권가가 내놓은 올 상반기 장밋빛 증시 전망이 완전히 빗나갔다. 특히 증권사들의 추천을 많이 받은 산업재 섹터의 종목들은 오히려 코스피 평균을 크게 밑도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20개사 증권사 가운데 5곳 이상에서 연간 추천종목으로 선정된 11개 종목의 연초 대비 전일 종가 기준 평균 수익률은 -7.14%를 기록했다.
연초에 증권사 추천 종목에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현재 잔고는 92만8600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코스피 시장의 수익률 -1.17%를 밑도는 수치다.
증권사가 추천한 11개 종목 가운데 올 상반기에 하락한 종목은 현대차(-4.44%), LG화학(-4.33%), 대우조선해양(-26.98%), 롯데케미칼(-21.41%), 현대제철(-15.66%), 하나금융지주(-15.66%), 현대중공업(-30.31%)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 7개사에 달했다. 반면 추천 종목 중에서 삼성전자(1.85%), SK하이닉스(32.08%), NAVER(4.87%), SK텔레콤(0.86%) 등 단 네 종목만이 오르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지난해 말 증권가에서는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을 점치면서 조선, 철강, 화학 등 경기민감주에 대한 투자를 추천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대형 경기민감주의 부진은 올해도 지속됐다. 증권사 4곳에서 추천을 받은 종목 가운데 경기민감주인 SK이노베이션(-27.21%), 삼성중공업(-27.7%) 등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증시 전반에 대한 판세 예상도 헛발질을 했다.
증권가는 올해 코스피 전망치 상단과 하단을 각각 2300선, 1900선으로 내다봤다. 미국, 유럽 등 글로벌 경기가 완전한 회복세를 보이고 풍부한 유동성이 뒷받침되면서 상반기에 고점을 찍고 하반기에는 상대적으로 기업 실적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저점을 찍는다는 '상고하저' 전망이었다.
하지만 상반기 코스피 고점은 2020선, 저점은 1880선으로 증권가 전망과 큰 격차를 보였다. 상반기 코스피 고점인 2020선은 지난해 증권사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은 고점을 예상한 한국투자증권(2250), 미래에셋증권(2250)보다도 200포인트 이상 낮다. 또 저점인 1880선은 코스피 저점 전망을 가장 낮춰 잡은 신한금융투자(1850), 교보증권(1850)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처럼 증권가의 올해 예상이 크게 엇나간 것은 미국의 2월 폭설,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은 돌발 변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점진적으로 경기 지표가 개선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3, 4월경 글로벌 경기 지표가 일제히 출렁대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2000선을 상회하면 어김없이 펀드 환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지수 상승을 억제했던 수급적 문제도 있었다.
원화 강세의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던 점도 국내 증시를 억누르는 요인이 됐다. 지난해 말 각종 연구기관에서도 올해 원화 강세 흐름을 예측했지만 원 달러 환율이 1050원선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 환율은 1010원선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같은 수출기업에 대한 실적 우려가 확산됐고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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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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