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의 실질적 결정 주체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환율 900원대 진입을 기정사실화한 채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짜고 투자에 임하고 있다. 해외 공장 다변화와 환율 헤지 발달로 내성이 커졌지만 여전히 주식시장에서 자동차는 환율 고위험군 업종으로 인식된다. 이에 따라 원화 강세가 수급과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가가 환율로 인해 힘이 없으니 호재보다는 악재, 마이크로보다는 매크로 큰 흐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제네시스와 쏘나타의 국내 신차 효과도, 해외 공장 증설 기대감도 주가 배수를 자극하지 못하며 답답함을 더한다.
이런 시기에 다녀온 미국 출장은 그나마 작은 희망을 줬다. 필자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중심인 미국을 가본 결과 시장은 요란하진 않았지만 다시 한번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출장은 남부의 생산 부문과 서부의 판매ㆍ디자인ㆍ금융부문, 딜러 지점을 한번에 돌아봤기에 입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판단이다.
미국 남부의 완성차와 부품 생산법인들은 그간 직원의 숙련도와 효율성이 높아졌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충성도도 매우 강해졌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디자인센터와 금융법인의 인력은 미국 내에서도 최고 역량으로 구성돼 있다. 디자인센터에서는 수십 명의 미국 디자이너들이 최신 트렌드의 신모델을 양산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법인에서는 선진 기법을 바탕으로 위험관리와 신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캐나다와 브라질까지 영역 확장도 준비하고 있어 기대감을 높인다.
신형 제네시스는 수요 대비 공급 부족으로 딜러가 웃돈을 받고 판매할 정도로 초기 인기가 좋았고, LF쏘나타 역시 본격 판매를 앞두고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구형 모델로 힘겨웠던 미국 딜러들은 오랜만의 신모델 공급에 한껏 고무돼 있다.
때마침 JD파워의 초기품질조사에서 양산 메이커 중 1위를 기록했다는 뉴스는 소비자를 매일 대면하는 이들에게 힘을
2위 시장인 미국뿐 아니라 1위 시장인 중국에서도 신모델 출시와 향후 출시 일정으로 긍정적 분위기가 고조돼 있다. 언제쯤이면 이런 현장의 열기로 인해 주식시장의 냉랭함이 데워질 수 있을까?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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