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26일 오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금감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승환 기자] |
세간의 관심 속에서 26일 열린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금감원은 이날 KB금융ㆍ국민은행 관련 사건,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 등 수십 건의 안건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해왔다. 그러나 막상 이날 최고 쟁점 사건인 KB금융 관련 사건에 대한 결론조차 내리지 못했다.
이날 금감원 제재심의위는 15개 안건 중 6건만 심의 의결했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을 포함한 징계 대상자 수십 명의 소명을 듣는 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 관련 제재도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보험업계는 이번 사건으로 방향성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KB 사건에 밀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은 더 후순위로 밀렸다. 이들 사건은 다음달 3일 제재심에서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올해 초 전 국민을 불안에 떨게 만들었던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은 이날 제재심의 주요 안건이었지만 본격적인 논의조차 해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강도 높은 징계를 강조하며, 6월 말에 가능한 한 많은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혀왔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KB금융 징계와 관련해 "금융질서 확립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제재를 엄정하게 하겠다"며 "특히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위법과 부당한 사실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엄정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재심에서는 예상대로 격론이 오갔다. 짧게 소명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1시간씩 소명을 했다.
임 회장은 이외에도 2011년 3월 KB카드 분사 당시 고객정보 유출 사건 때 고객정보관리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내세웠다. 이 행장은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관련해 사고 당시 리스크담당 임원이었지만 부실대출 관련 업무는 직접적인 책임자가 아니었다는 점을 주장했다.
충분한 소명 기회를 준다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이런 취지였다면 이를 감안해서 일정을 조정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융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징계 대상자와 이를 지원하기 위한 인력까지 포함하면 수백 명이 이날 여의도 금감원에서 시간 낭비를 했다. 금감원의 권위는 이런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다른 사건들은 이미 충분한 검사가 이뤄졌겠지만 가장 중요한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관련 검사는 '초속성'으로 진행됐다. 26일 제재심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다. 금융권에서 큰 파문을 일으킨 사건이라는 점에서 조기에 해결하려는 취지였겠지만 급하게 검사가 진행되면 뒤탈이 날 수도 있다.
금융권에선 징계 결정
[박용범 기자 / 이덕주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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