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 동부제철 동부CNI 등 주력 비금융 계열사 주가는 이번주 들어 27일까지 각각 42.78%, 40.70%, 47.66% 하락했다. 같은 기간 금융 계열사인 동부화재와 동부증권 주가도 각각 2.29%와 9.46%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기존 투자자들은 언제 매도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두 차례 정도 반등 타이밍이 있을 수 있다. 동양 사태에서는 지난해 11월 12일 (주)동양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대해 공시하자 그룹주 주가는 일시적으로 급등했던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11~15일 사이에 (주)동양 주가는 23.95% 급등했다. 회생절차 개시 결정 공시가 주가를 급등시킨 결정적 모멘텀이 된 셈이다. 그러나 바로 다음주인 11월 18~22일 일주일간 30.59% 급락하며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이 같은 사례에 비춰볼 때 동부 비금융 계열사 주식 투자자들은 손절매 시점을 앞당기는 게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동부 비금융 계열사들이 만약 워크아웃, 자율협약, 법정관리 등에 들어간다면 주가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특히 동부 비금융 계열사 주식 중 대규모 '반대매매 매물'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동부건설은 전체 유통 주식 중 60.73%에 해당하는 2063만5066주가 담보로 설정돼 있다. 김준기 회장, 김 회장 아들 김남호 씨, 계열사 동부CNI 등 채무에 대해 담보로 제공된 물량이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계열 상장사들도 마찬가지다. 유통 주식 중 담보로 제공된 물량 비중은 △동부제철(35.08%) △동부CNI(34.05%) 등이다. 대부분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하며 최대한 자금을 끌어왔던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결정이 나오기 전에 주가가 반대매매 가능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대규모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대규모 잠재 매물이 주가의 하방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동부화재 동부증권 등 금융 계열사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동양 사태에서 오리온이 동양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면서 급등했던 사례에 비춰보면 만약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 간 확실한 절연이 발표되면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동부증권은 그동안 그룹 계열사에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 기능을 담당해왔기 때문에 불완전 판매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불완전 판매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호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
동부그룹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같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회사채 투자자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사 영업점을 찾은 한 투자자는 "시중 예금이나 우량 채권 금리가 너무 낮아 연 3~4%포인트 이자를 더 준다는 동부제철 회사채에 투자했는데 이자를 받기는커녕 원금 떼일 걱정을 해야 할 상황이 올 줄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기존 동부 계열사 회사채 투자자라면 섣부르게 손절매하는 대신 추후 동부그룹 구조조정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강성부 신한금융투자 채권팀장은 "채권 가격 변동성이 워낙 크고 실제 시장에서 거래가 많이 이뤄지지도 않아 지금 동부 계열사 회사채를 손절매한다면 많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확인한 후 매도 여부를 판단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가격이 급락한 회사채의 추가 매수에 대해서는 대부분 전문가가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향후 구조조정이 정치적 판단, 기관 간 이해관계에 좌우될 가능성이 큰 만큼 섣부른 베팅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승철 기자 /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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