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리서치 담당자들은 하반기에 삼성전자나 현대차 대신 중국의 경기 개선에 따른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철강ㆍ화학 등 경기민감 업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또 음식료와 문화콘텐츠 등 소비재 업종 역시 수출주 부진 속에서 돋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29일 매일경제신문은 삼성자산운용 박희운 상무, 한국투자신탁운용 이동호 상무, 마이에셋자산운용 최원곤 이사,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유익선 팀장 등 4명의 주요 자산운용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하반기 전망 및 투자전략을 물었다.
먼저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 하단은 1950~1970 선으로 현재 수준(27일 종가 기준 1988.51)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 1970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로서 더 이상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란 신뢰가 탄탄한 것이다.
다만 코스피 상단은 2200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지만, 대체로 상승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전히 코스피가 연말까지 2200~2300까지 상승이 가능하다고 보는 대다수 증권사 리서치에 비하면 보수적인 시각이다. 운용사 리서치센터장들이 하반기 코스피에 대해 낙관론을 펴지 못하는 것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시장의 대표 종목들의 하반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사업 부문에서 이익이 정체 내지 감소 추세이고, 현대ㆍ기아차도 신차 모멘텀에도 불구하고 원화강세가 실적 개선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원곤 마이에셋운용 이사는 "정부의 환율 방어 의지가 크지 않아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수출주의 실적 개선이 어렵다"며 "코스피는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1950~2050 사이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운용사 리서치센터장들이 보는 하반기 증시 투자 전략의 핵심은 중국이다.
박희운 삼성운용 상무는 "중국의 '스몰 경기부양책'이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면서 중국 경기가 2분기 바닥을 찍을 것으로 본다"며 "하반기 중국 경기 반등에 따라 철강과 화학 등 경기민감 업종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동호 한국운용 상무도 "삼성전자와 현대차 이외 다른 기업들의 이익이 좋아질 것이냐가 하반기 증시의 관건"이라며 "IT에선 모바일을 제외한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중국 경기모멘텀과 상관관계가 높은 철강과 화학 업종이 상반기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익선 신한BNP 팀장은 "중국과 유럽 경기부양에 따른 건설 및 조선 업종 투자가 유망하다"며 개별 종목으로는 수주 모멘텀이 있고 기저효과가 기대되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물산을 지목했다. 세월호 참사로 내수 소비가 꺾인 상황에서 정부가 내수 부양 위주의 정책을 내놓을 경우 음식료 등 소비재 투자가 상대적으로 나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최 이사는 "정부 경제정책 방향이 수출 주도보다는 내수 진작으로 바뀌고 있다"며 "음식료 등 소비재의 실적과 밸류에이션 상승이 가능하고,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 시장에서 인기 있는 문화콘텐츠 관련주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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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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