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3일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이제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논의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 은행 조기 통합은) 회장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다"면서 "앞으로 이사회 및 두 은행장과 충분한 협의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은 2012년 외환은행 인수 때 2017년까지 외환은행의 독립 경영 보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수익성 악화로 그룹 내 '투 뱅크' 체제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에서 조기 통합을 언급한 것이다. 김 회장은 "저성장 저수익 시대가 되면서 세계 금융그룹들도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한때 그룹 내 3개 은행을 가지고 있던 일본 미즈호그룹도 지난해 은행을 하나로 통합했다"고 밝혔다.
2011년만 해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각각 1조1200억원과 1조6000억원 수익을 냈다. 다른 은행에 비해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2013년 두 은행 순익은 각각 6550억원, 3600억원으로 급감했다. 외환은행은 2년 만에 순익이 78%나 떨어진 것이다. 그동안 강점을 보였던 외국환과 수출입 업무에서 다소 영업이 주춤했던 것이 주원인이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두 은행의 수익성 악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통합법인 성공도 조기 통합을 논의하는 자극제가 됐다. 올해 2월 합병 전 12조9790억루피아였던 인도네시아 통합법인 총자산은 6월에는 14조6490억루피아로 늘어났다. 4개월 만에 12.9%가 증가한 것. 지난해 말 2180억루피아였던 당기순이익은 올해 말 3100억루피아로 42.2% 늘어날 것으로 하나금융 측은 예상했다. 권오훈 하나금융 전무는 "연말까지 인도네시아 법인 대출은 55%, 예수금은 44%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측은 두 은행 통합 시 연간 3000억원 가량의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면서 탄탄한 영업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비용 절감 요인이 크다. 게다가 리테일과 PB에 강한 하나은행과 외환ㆍ해외 업무에서 강점을 보이는 외환은행이 통합한다면 영업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공의 관건은 외환은행 노조를 어떻게 설득시키는가다. 외환은행 노조는 금융당국 승인을 앞둔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 통합에 대해서도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 조기 통합까지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면 노조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외환은행 노조는 "김정태 회장의 통합 논의 발언은 외환은행 인수 당시 5년간 독립 보장이라는 약속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며 "통합 논의를 반대하는 전국 집회를 오는 12일 개최할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편 두 은행의 중국 통합법인은 오는 10월께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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