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7월 6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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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이일드채권 펀드를 운용하는 A자산운용은 이랜드리테일이 발행한 사모 회사채 250억원 중 일부를 편입했다. 펀드 설정액이 늘면서 신용등급 'BBB급' 이하 회사채 편입량을 늘려야 하는데, BBB급 회사채 공모 발행이 사실상 끊긴 상태라 투자 '물건'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운용사는 회사로 직접 찾아가 사모 회사채 발행을 권유했다. 회사측에서도 발행 조건이 나쁘지 않아 검토 끝에 긍정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랜드리테일이 사모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A운용사와 다른 운용사들이 전액 인수하는 형태로 거래가 이뤄졌다.
#2 신용등급 'BBB급'인 쌍용양회는 오는 9일 3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한다. 앞서 올해 1월 4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보증사채 형태로 발행했지만 이번에는 보증 조건 없이 무보증 사채 조건으로 자금조달에 나섰다. 지난 1일 진행한 수요예측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모집금액보다 100억원 많은 400억원이 청약을 신청했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자산운용사였다. 낮은 금리를 제시한 자산운용사 3곳이 총 100억원씩 나눠 회사채를 인수할 예정이다.
최근 하이일드(채권)펀드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에 이른바 'B급 리그'가 활성화되고 있다. 하이일드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BBB급 이하 채권을 발굴해 투자에 나서고 있어서다.
하이일드펀드는 전체 자산 중 60% 이상을 국내 채권(국공채 특수채) 등에 투자하고, 30% 이상을 'BBB+급' 이하 채권이나 코넥스에 투자해야 한다. 하이일드펀드는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들 공모 물량 10%를 우선해 배정받을 수 있다.
지난해 동양사태 이후 신용경색 국면을 맞으면서 'BBB급' 이하 중소 중견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기금과 보험 등 보수적 투자자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주를 이루다보니 동양사태 이후 투자자들은 최근 신용등급이 'AA급' 이상이거나 대규모 기업집단에 쏠렸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BBB급 이하 채권을 기피하면서 한진해운 현대상선 동부그룹 등 중견기업들이 연이어 위기를 맞았다.
중견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금융당국은 하이일드펀드라는 '카드'를 꺼냈다. 자산운용사들을 시장 참여자로 키워 BBB급 회사채 시장 활성화해 중견기업들 자금줄을 열어주기 위해서다. 개인투자자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도 얹어줬다. 최근 하이일드펀드 시장 성장세를 고려하면 금융당국 의도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이경록 KDB대우증권 크레딧 연구위원은"하이일드펀드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BBB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며 "대형 IPO가 예정되어 있는 연말까지 하이일드펀드 설정액은 1조원에서 2조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이일드펀드는 설정액 30% 이상을 비우량채권을 편입시켜야 하기 때문에 BBB급 회사채 쪽으로 최소 3000억원에서 6000억원 규모 투자수요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일드펀드 규모는 커지는데 자산운용사들이 투자할 수 있는 'BBB+급' 신규 회사채는 많지 않다. 동양사태 이후 BBB급은 공모 발행이 끊긴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은 BBB급 이하이면서 사업내용이 안정적인 중소기업을 발굴해 투자의사를 먼저 타진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BBB급 회사채를 손쉽게 편입할 수 있고, 기업들로서도 자산운용사라는 투자자가 제 발로 나타난 셈이라 긍정적이다.
올들어 발행된 AJ렌터카, 쌍용양회, 이랜드리테일 등 BBB급 회사들이 발행한 회사채는 대부분 하이일드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회사와 운용사 니즈(Needs)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자산운용업계를 중심으로 BBB급 회사채 중 숨은 진주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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