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7월 8일(14:5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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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쌓여 있던 롯데그룹 최대주주 실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롯데그룹 최대주주 정보공개 강도를 높이면서 결국 롯데그룹이 무장해제 수순을 밟아가는 모양새다.
롯데그룹 핵심 계열회사인 롯데알미늄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최대주주인 'L제2투자회사' 존재를 밝히고 사업장 위치와 자본금 규모 등 정보를 공개했다. 'L제0투자회사'로 표시된 호텔롯데 주주들은 주요 롯데그룹 계열회사 주주로 기록돼 있지만 실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그룹 후계구도와 지배구조에 대한 '설(說)'만 무성했다. 감독당국은 향후 이들 투자회사 주주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정보 공개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8일 롯데그룹 계열회사인 롯데알미늄은 사업보고서 공시 정정을 통해 최대주주 정보를 공개했다. 롯데알미늄은 최대주주 명단에 'L제2투자회사(34.92)'와 '광윤사(22.84)'를 새롭게 추가했다.
그동안 롯데알미늄은 호텔롯데(12.99)와 롯데쇼핑(12.05) 롯데케미칼(8.13)을 주요 주주로 기재했다. 최대주주였던 L제2투자회사에 대한 정보를 누락해왔다. 롯데알미늄은 공시 내용을 정정하면서 최대주주 기재에 착오가 있었다고만 설명했다.
사실상 공시의무 위반 소지가 있지만 롯데알미늄 주주 중 개인투자자가 없다는 점에서 감독당국은 최대주주 정보에 대한 정정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알미늄은 최대주주인 L제2투자회사가 일본 동경에 위치해 있으며 일본에서 과자판매업을 진행하는 롯데상사에서 분리된 투자법인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총 자산은 479억엔(4763억원)이며 매출이 492억엔(4892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여전히 L제2투자회사 경영진 정보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국내 대기업들은 최대주주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대주주가 계열사인 경우 재무상태와 등기임원 등 정보를 공시한다.
국내 상장 기업간 형평성을 고려하면 감독 당국에서도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주주들에 대한 추가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관측이다. 이번에 롯데알미늄이 L제0투자회사와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면서 감독당국이 진행 중인 롯데그룹 베일벗기기가 속도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관심은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호텔롯데에 쏠린다. 감독당국이 롯데그룹 주주정보 공개 작업에 팔을 걷어붙인 것도 목표는 롯데알미늄이 아니라 호텔롯데일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 시각이다.
지난해 11월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던 호텔롯데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감독당국이 호텔롯데 주주에 강도 높은 정보공개를 요구해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부터 지배구조와 연관된 주주가 참여하고 있는 주요 계열사들은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가 면제되는 사모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모양새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최상위 지배회사이면서도 5% 주주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호텔롯데에 주주정보 공개를 지속 요구하자 호텔롯데 지분 19.2%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롯데홀딩스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여전히 나머지 80% 지분을 보유 중인 'L제0투자회사'로 표시되고 있는 일본계 투자자에 대한 정보는 미공개 상태다. '일본 주식회사L 제4투자회사'(15.8%), '일본 주식회사L 제9투자회사(10.5%)', '일본 주식회사L 제7투자회사(9.5%)', '일본 주식회사L 제1투자회사(8.7%)', '일본 주식회사L 제8투자회사(5.8%)' 등은 호텔롯데 5% 이상 지분을 보유 중이다. 롯데알미늄을 통해 공개된 L제2투자회사 역시 호텔롯데 지분 3.32%를 보유 중이다.
이달 중순 상반기 반기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호텔롯데 주주공개가 어느 정도 선까지 이뤄질 것인지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이번에 롯데알미늄이 L제2투자회사 정보를 공개하면서 호텔롯데 역시 L제0투자회사들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알미늄이 L제2투자회사 사업장 위치와 자본금 규모 등 실체에 대해 공개했지만 호텔롯데는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정보공개 요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감독당국이 롯데그룹에 대한 주주정보 공개 요구 강도가 세지고 있어 호텔롯데는 앞으로 정기보고서(분기보고서, 반기보고서 사업보고서)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대부분 정보를 공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일본 롯데그룹과 한국 롯데그룹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L제0투자회사들 지분율까지 공개되는 경우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그룹 승계구도 전개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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