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정체돼 모멘텀 부재에 시달리는 것도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저하된 데서 기인한다. 과거에 비해 역동성이 크게 축소된 것이다. 루트형 경기 패턴에 다시 눈이 가는 이유다.
루트형 경기 패턴이란 2009년 10월 이성태 당시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경제 회복 유형으로 언급해 유명해진 용어다. 핵심 내용은 경제가 중장기적으로는 횡보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거시 환경 변화로 국내 경제가 급변했을 때 다양한 경기 예측이 나왔었지만 2011년 이후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경제를 보면 결과적으로 루트형 경기 회복이 가장 정확한 전망이었다.
수년째 평탄한 루트형 경제를 맞이하는 투자자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최근 분기마다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해 향후 개선될 것이라는 시각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수년째 높은 성장을 지속한 IT와 자동차 산업에서의 경쟁 격화와 원화 강세는 분명한 악재다. 한국 경제가 루트형 경제 패턴에 적응해 낙관적 실적 전망이 사라지는 상황에서는 과거 대표적인 투자전략이었던 '바이앤드홀드(Buy & Hold)'가 유효하지 않게 될 것이다.
평탄한 경기와 증시 환경이 지속되자 역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 높은 잠재력을 가진 '신성장기업'에 대한 요구는 커지고 있다. 올해 코스피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고 대형주를 중심으로 주도 업종의 순환매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스닥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헬스케어, 바이오, 전기차, 모바일, 소프트웨어 등 차세대 사업이 정책 수혜 기대와 맞물려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성장 기대주의 탄력적인 주가 움직임은 실적 염려가 덜하고 미래가 기대되는 새로운 사업영역의 투자 매력을 높일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경기가 거시 측면에서 본격적인 활력을 찾기 전까지는 이러한 모습이 반복될 것이다. 수급, 모멘텀, 실적에 걸쳐 유망한 중소형주에
성공적인 투자는 시장 유행을 따르는 대신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와 기업 펀더멘털, 성장 모멘텀을 찾을 때 가능하다.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염려가 지속되는 시점에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로 기회를 맞이한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