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가 맵다.' 요즘 증시에서 코스피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시가총액이 작은 소형주들의 강세가 눈에 띈다. 코스피 소형주는 포르투갈 충격에도 1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식지 않는 열기를 과시하고 있다. 대형주가 부진한 틈을 타 향후 배당을 늘릴 것으로 기대되거나 이익 개선이 점쳐지는 소형주를 중심으로 기관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
14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300위 미만의 종목들로 구성된 코스피 소형주지수는 연초 이후 26.9% 상승한 1784.16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또 한 번 갈아치웠다. 13거래일째 쉼 없이 상승 가도를 달려온 소형주는 국내 증시가 포르투갈 은행 부실 문제로 휘청였던 지난 11일에도 0.3% 올라 코스피 전체와 대형주지수가 각각 0.7%, 0.9% 하락한 것과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최근 소형주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끄는 키워드는 '배당'과 '실적'이다. 사내에 현금을 많이 쌓아두고 배당 여력이 큰 소형 종목들이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 가치 환원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면서 대형주뿐만 아니라 소형주에서도 자본유보율이 높고 잠재적으로 배당을 늘릴 만한 기업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형주 중에는 영업활동을 개시한 지 오래된 전통기업이 많아 자본유보율이 1000%가 넘는 '현금 부자'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일례로 자본유보율이 6000%에 육박하는 아세아 주가는 연초 이후 22% 상승해 지난 8일 역대 최고가인 16만3000원을 기록했다. 14일 사상 최고치를 달성한 삼양제넥스 역시 자본유보율이 3159%로 높은 가운데 주가가 연초 이후 53.7%, 소형주 연속 랠리가 시작된 지난달 26일 이후 29.8% 상승했다. 이외에도 유보율이 4000~5000%에 달하는 건설화학(연초 이후 78.3%) 한독(63.1%) 동일방직(61%) 삼성공조(45.8%) 등도 7월 들어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소형주 가운데 유보율이 높은 기업들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코스피 소형주지수 전체 2배에 달한다"며 "최근 과도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나 고배당 기업에 대한 감세 등의 정책 도입이 논의되면서 현금을 많이 축적한 기업이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배당과 함께 소형주 강세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동력은 바로 실적이다. 2분기 실적 시즌이 다가올수록 대형주 12개월 이익 전망은 하향 조정되는 데 반해 소형주는 실적 염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실적 시즌이 마무리된 5월 말부터 지난주까지 대형주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이 2.2% 낮아지는 동안 소형주는 반대로 13.7% 높아졌다. 지난 한 달간 2~3분기 예상 영업이익 증가율도 중ㆍ대형주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소형주는 약 9%로 높았다.
이번 소형주 강세가 과거와 다른 점은 기관의 적극적인 순매수가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 들어 14일까지 기관은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에서 4조8058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코스피 소형주에 대해서만큼은
4378억원 상당을 사들였다. 이 같은 기관 순매수액은 사상 최대 규모로 소형주가 유례없이 선전했던 지난해 394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형주 2분기 실적을 확인하고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개별 모멘텀이 있는 소형주가 대안으로 계속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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