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7월 14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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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대우전자(옛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새주인을 찾은지 1년 6개월여 만에 또 다시 '고아' 신세가 될 위기를 맞았다. 모기업인 동부그룹이 심각한 재정위기에 처하면서 일각서 재매각설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14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동부그룹 구조조정안이 잇달아 차질을 빚으면서 동부대우전자 재매각설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부그룹이 아직 대우전자를 팔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조만간 매물로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팔아야 되는 상황에서 어렵게 인수한 동부대우전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발표한 주요 자산매각 계획 상당 부분이 암초에 걸려 있는 상황이다. 계열사인 동부제철은 최근 패키지 매각(동부제철 인천공장 + 동부발전당진)에 실패하면서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간 상태다. 동부발전당진 인수전에 적잖은 기업이 뛰어들면서 속도를 내고 있지만 상반기부터 추진 중인 동부하이텍 매각은 당초 예상했던 SKㆍLG등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불참하면서 답보 상태다.
동부그룹은 지난해말 총 3조원 규모의 자금조달 계획을 발표했지만 올해 5월 3100억원에 KTB PE에 매각된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건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성사된 게 거의 없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2월 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일렉)을 인수해 '동부대우전자'란 사명으로 새롭게 출범시켰다. 지난 2000년 워크아웃을 개시 후 무려 5차례 매각이 무산된 대우일렉은 마침내 주인 없는 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평소 삼성과 같은 '종합전자회사'를 꿈꾸던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동부대우전자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인수 후 삼성전자 출신 최진균 부회장을 신임 CEO(최고경영자)로 임명한 것은 물론, 무려 13년 만에 동부대우전자 임직원의 월급을 약 10% 인상하기도 했다.
동부대우전자 지분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9.2%, 계열사와 특수관계자들이 50.6%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49.4%는 재무적 투자자(FI)가 보유중이다. 이 가운데 김 회장의 지분은 담보로 잡혀 있어 자금난이 지속할 경우 경영권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동부그룹측은 동부대우전자 재매각설과 관련, 다른 구조조정 계획이 모조리 실패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추진할 가능성이 아예 없다는 입장이다.
동부그룹은 올해 만기 도래하는 총 1644억원 규모 회사채에 대해 자산 매각대금 및 자체 보유현금으로 상환한다는 대책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먼저 오는 9ㆍ11월 만기도래하는 총 844억원 규모 동부건설 회사채는 동부발전당진을 매각한 자금으로 상환할 계획이다.
오는 9월 만기 도래하는 200억원 규모 동부CNI 회사채는 동부팜한농 지분 및 전자재료ㆍ금융IT 부문을 매각한 자금으로 갚는다. 올해말 만기가 돌아오는 동부메탈ㆍ동부팜한농 회사채(각 300억원 규모)의 경우는 자체 보유현금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급한 불을 꺼놓은 상황에서 인수 후 흑자전환까지 성공한 동부대우전자를 팔 이유가 없다는 것이 동부측의 설명이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동부제철 자율협약이 본격화되고 자산매각이 재개되면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차츰 완화될 것"이라며 "동부그룹은 현재 흑자를 내고 있는 전자사업을 포기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동부대우전자 재매각설은 일부 성급한 업계 관계자들의 기우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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