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로 강제 전환되는 것을 피하고 미래에셋생명에 출자한 오릭스의 풋옵션 행사에 대비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절묘한 승부수라는 평가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16일 하한가까지 급락하는 등 주식시장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 15일 보유 중이던 미래에셋생명 지분 27.42%를 미래에셋증권에 매각한다고 밝힌 데 이어 16일에는 미래에셋생명 지분 6%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또한 미래에셋생명은 미래에셋증권 주식 42만5000주를 미래에셋캐피탈에 넘기기로 했다고 16일 장 마감 후 공시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그룹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다. 미래에셋생명 지분 59%를 갖고 있던 미래에셋캐피탈은 두 계열사에 33%의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최대주주 자리를 미래에셋증권에 내주게 됐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측은 "생명보험과 증권 간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지주사 체제 강제 전환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상장 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이 금융지주회사법상 지주사가 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규제와 감사를 받게 되는데, 이를 원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그동안 기업공개(IPO)를 준비해온 미래에셋생명은 3년 안에 증시에 상장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기업 덩치가 급격히 커질 수밖에 없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자산 총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들의 주식가액 합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된다.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생명을 자회사로 계속 보유하게 되면 이를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미래에셋생명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연금보험의 경우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자회사로 두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번 최대주주 변경이 미래에셋생명에 투자됐던 오릭스 사모펀드 자금을 상환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힘을 얻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오릭스LTI 사모투자펀드(PEF)는 보유 중인 미래에셋생명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오릭스LTI PEF는 국민연금(1500억원), 오릭스(350억원) 등을 주축으로 결성된 3000억원 규모 펀드로 2011년 7월 미래에셋생명에 전환우선주 2250억원, 상환전환우선주 750억원 규모로 투자한 바 있다. 해당 PEF의 지분율은 미래에셋생명 전체 지분 기준 15.8%에 달한다. 이 중 지분 처분 대상은 상환우선주 2250억원이다. 해당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생명 최대주주 변경으로 인해 오릭스LTI PEF가 지분 매각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오릭스LTI PEF는 미래에셋생명에 투자하면서 상환우선주에 대해 최대주주 변경 시 해당 지분을 미래에셋캐피탈에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 조건을 달아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오릭스LTI PEF의 풋옵션 실행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공개(IPO) 시기가 불투명한 탓에 풋옵션 행사를 통한 자금 회수가 오릭스LTI PEF 처지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 측도 오릭스LTI PEF에 지급해야 하는 보장수익률 부담으로 인해 풋옵션 행사를 내심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릭스LTI PEF는 미래에셋생명에 투자하면서 연 5.0% 배당을 포함해 연복리 8.0%의 수익률을 보장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미래에셋생명에는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이번 생명 지분 매각으로 3903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오릭스LTI PEF의 풋옵션 행사에 응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은 상환우선주 풋옵션 행사를 고려한 조치가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을 부인했다. 꼬박꼬박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투자자산을 오릭스 측이 굳이 정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 최 부회장은 "미래에셋생명 역시 상환우선주에 대한 이자비용은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장 반응은 싸
[한우람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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