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2008년 리먼브러더스 금융위기 후폭풍에 따른 국내 기업 경영 환경 여건 악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하면서 향후 국내 PEF 시장이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분위기로 전환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최근 금융권 인수ㆍ합병(M&A) 대출이 새로운 '먹을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데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PEF 활약이 두드러진 만큼 우량 PEF 성장은 한층 가속될 전망이다.
27일 PEF 업계에 따르면 2008년 리먼 금융위기 이전 PEF 투자건 중 실패 사례로 보고펀드의 LG실트론을 비롯해 MBK파트너스의 케이블TV업체 씨앤엠(C&M) 투자, H&Q아시아퍼시픽의 에스콰이아 인수 등이 손꼽힌다.
LG실트론은 투자 회수 실패로 인수금융이 사실상 부도 처리되면서 펀드 투자 원금에 손실이 났고 '신발 브랜드' 에스콰이아는 법정관리 중이다. 씨앤엠은 아직 투자 손실이 현실화한 건 아니지만 경영 악화로 투자 회수에 난항을 겪는 상황이다.
PEF 업계 관계자는 "리먼 금융위기 이후 국내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개별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투자 실패 이유를 설명했다. PEF 시장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성장통'이란 얘기다. '위기는 기회'다. 이 같은 투자 실패 사례를 거울 삼아 향후 국내 PEF 업계가 질적 성장을 이루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PEF 대표는 "국내 PEF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성장하며 '애가 어른 옷을 입고 있던 격'"이라며 "향후 PEF 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며 실력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기존 투자 대상 가운데 부실화하는 곳이 표면화하면 사모펀드 간 희비가 엇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리먼 금융위기 이전인 2005년 15개에 불과했던 사모투자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 237개로 늘어났고 출자약정액(투자자가 사모펀드에 투자하기로 약정한 금액)은 4조7000억원에서 44조원으로 증가했다. 유동성이 단기간에 과하게 풀리다 보니 제대로 된 실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보고펀드 사태에도 불구하고 향후 PEF가 자본시장을 이끄는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PEF가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기업 구조조정. 리먼 금융위기 이후 활동이 본격화하고 있는 IMM 사모투자(PE), 한앤컴퍼니 등이 대표적 사례다.
IMM은 현대그룹 구조조정에서 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현대상선 부산신항만에 3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4월에는 현대상선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부를 1조원에 인수하는 활약상을 보였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웅진식품을 1150억원에 인수하고 한진해운 부산신항만에 3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들어 한진해운 벌크선 부문에 3000억원을 투자하며 기업 구조조정 전도사 역할을 수행 중이다.
보고펀드 사태로 거액의 대출을 물린 금융권에서도 M&A 관련 대출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보고펀드 인수금융 디폴트는 올해 초부터 예견됐던 일"이라며 "급작스러운 시장 충격은 없을 것이고 이와 무관하게 ADT캡스 등 대형 딜에 M&A
[강봉진 기자 /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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