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8월 01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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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인수ㆍ합병(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금호고속 인수전이 본격 시작됐다. 업계 일각에선 금호그룹이 보유한 우선매수권에 대한 부담 때문에 예상외로 인수전 흥행이 저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1일 투자금융(IB) 업계에 따르면 금호고속 매각주간사인 메릴린치는 지난주 잠재적 인수후보들을 대상으로 티저 레터(Teaser Letter·투자 유인서)를 발송했다. 발송대상에는 MBK·보고펀드 등 다수의 사모펀드(PEF)가 포함됐으며, 금호그룹에는 따로 티저 레터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릴린치는 이달 초 인수의향을 밝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안내서(IM)을 발송하고, 이달말~9월초경 예비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매각측 관계자는 "자체 보유한 블라인드 펀드 규모가 5000억원이 넘는 대형 펀드 위주로 티저 레터를 보냈다"며 "금호고속의 꾸준한 실적과 발전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상당 수의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금호고속 최대주주가 된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PEF는 투자 2년여 만에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추진 중이다. 매각 대상은 금호고속 지분 100%이며, 매각가는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는 하반기 예정된 M&A 딜중 가장 비싼 수준이다.
IB업계 일각선 금호그룹에 부여된 우선매수권이 인수전 흥행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호그룹 외 다른 인수후보들이 말 그대로 '닭쫓던 개' 신세가 될 것을 우려해 인수전 참여를 기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호그룹은 금호고속 지분에 대해 내년 2월초까지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우선매수권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먼저 경쟁입찰을 실시하기 전에 원 주인(금호그룹)과 먼저 협상을 진행하는 방식이 있다. 이 경우에는 원 주인과의 협상이 실패했을 때만 경쟁입찰을 실시하게 된다. 다음은 경쟁입찰을 먼저 실시한 뒤 우선협상자가 제시한 조건을 원 주인에게 똑같이 제시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 원 주인이 해당 조건을 받아들이면 매각측은 우선협상자 대신 원 주인에게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금호그룹이 보유한 우선매수권은 후자에 해당한다. 한마디로 경쟁입찰에 들어온 인수후보가 실사ㆍ가격협상 등 힘든 작업을 거쳐 최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다고 해도 우선매수권을 가진 금호그룹이 같은 조건을 수락하면 '닭쫓던 개'가 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PEF들 입장에선 인수 성사 가능성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인수ㆍ법률 자문 수수료 등 인수전 참여 비용까지 적잖이 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해보는 장사가 될 수 밖에 없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금호그룹의 재인수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다른 인수후보들은 가격만 높이는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호그룹이 부담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가격을 제시할 만한 곳이 아니면 인수전 참여 자체를 꺼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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