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가 무슨 종목 좋다고 사라고 하는 말을 믿지 마라. 증권사가 사라고 하면 그때가 팔 때다."
주식을 하는 개인 투자자라면 누구나 들어본 말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증권사에 대한 불신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말이다. 곰곰히 따져보면 투자심리가 과열되는 조짐이 보이면 과감히 팔아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렇다면 실제로 증권사의 레포트가 쏟아지는 시기가 정말 주가 고점일까?
6일 Fn가이드에 따르면 올 초부터 7월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증권사 보고서가 가장 많이 늘어난 10개 종목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33.1%를 기록했다.
즉 같은 종목이라도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니 레포트가 더 많이 나왔다는 의미다.
블루콤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나온 레포트는 단 4개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서는 24편이 나왔다. 이 기간 평균 주가는 173%나 뛰었다. 한국항공우주도 같은 기간 동안 레포트수가 9개에서 32개로 늘었다. 이 기간 주가는 19.2% 상승했다. 대형주 가운데 롯데칠성도 마찬가지다. 롯데칠성의 레포트수는 20개에서 36개로 늘었는데 주가도 18.9% 올랐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지난해까지 레포트가 활발히 나오면서 매수 추천이 들어왔지만 올 들어 뚝 끊긴 경우다.
멜파스의 경우 지난해 2만7000원선까지 올랐던 주가가 5000원선까지 밀렸다. 8개월 간 발표된 이 회사 관련 증권사 레포트수는 지난해 23개 였지만 올해는 0편을 기록하고 있다. 캠트로닉스도 레포트수가 38편에서 2편으로 줄었고 옵트론텍(31개→4개), 인터플렉스(65개→14개), 디지털옵틱(24개→6개) 등도 크게 줄었다. 이들 회사는 모두 평균 주가가 20~60% 가량 하락했다.
그렇다면 증권사 레포트가 가장 많이 나올 때가 주가 고점인 것일까. 정확히 타이밍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개별 종목의 주가 흐름과 레포트 발간수를 비교해보면 주가 고점 부근에서는 확실히 레포트 수도 많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 하반기 증권가에서 두드러진 주가 상승을 보였던 NAVER의 경우를 보면 최근 1년 동안 레포트가 가장 많이 나온 달은 지난 2월로 무려 51편의 보고서가 나왔다. 다음달 NAVER의 평균 주가는 81만원으로 고점을 찍었다. 이후 네이버 주가는 70만원선에서 횡보를 하고 있지만 발간되는 레포트 수는 다소 주춤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1년 동안 10만원대 후반에서 25만원선까지 올랐다가 다시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온 케이스다. 최근 1년 새 엔씨소프트 관련 레포트가 가장 많이 나온 시기는 지난해 11월인데 다음달인 12월에 엔씨소프트는 단기 고점을 찍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경향이 펀드매너지 등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직접 세일즈에 나서야 되는 현실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애널리스트에게 레포트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 안내서이기도 하지만 펀드 매니저와의 세일즈에서는 해당 기업에 대한 브로슈어의 성격도 강하다.
영업을 위해서는 시장에 주목 받는 종목, 본격적인 상승세가 기대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 추천 보고서를 쓸 수 밖에 없다. 해당 종목이 주가 고점에 이르면 매도 보고서를 쓰는 대신 다른 종목을 추천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주가가 오르기 시작해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 애널리스트들이 너도 나도 매수 추천 보고서를 쏟아내다가 주가가 다시 떨어지면 보고서가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
한 증권사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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