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이 역대 최고 속도로 관람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 가운데 금융가에도'명량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이번 명량 투자 흥행을 계기로 향후 금융권 문화콘텐츠 투자가 활성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은 '문화콘텐츠 금융'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이 은행은 최근 IBK금융그룹상생협력펀드(총 150억원 규모)에 IBK캐피탈과 함께 100억원을 출자, 이를 통해 명량 제작에 5억원을 투자해 솔솔한 재미를 보고 있다.
앞서 올초 기업은행이 투자한'별에서 온 그대'의 시청률은 28.1%까지 치솟았다. 이 드라마에는 주인공 천송이(전지현)가 은행에서 대출상담을 받는 장면과 함께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라는 간접광고가 노출되면서 광고효과를 제대로 봤다.
기업은행은 따로 간접광고(PPL) 계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이 드라마의 제작지원을 한 인연으로 간접광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 개봉할 'NLL-연평해전'에 핵심 투자자로 나서 눈길을 끈다.
저예산으로 난항을 겪던 이 영화는 기업은행의 투자결정으로 세트촬영과 특수효과 등을 대폭 보강, 블록버스터(Blockbuster) 작품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이 영화가 창조금융의 성공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연평해전은 2002년 월드컵 4강전이 열리던 날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으로 발생한 제 2연평해전 참수리 357호 용사들의 비극적 실화를 그린 휴먼 전쟁영화다. 정석원, 양미경 등이 출연하며 국내 전쟁영화로는 최초로 3D로 만들어진다.
기업은행은 총 20억원을 투자하고 영화제작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관리하는 투자 주관사로도 나서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은행권 첫 문화콘텐츠 사업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문화콘텐츠금융부'로 확대 개편, 매년 1500억원 정도를 영화·드라마·공연·애니메이션 등에 투자하고 있다.
문화콘텐츠금융부에는 연예기획사, 방송 콘텐츠사, 전주 국제영화제 사무국, 한국콘텐츠진흥원 출신의 전문가들이 13명 포진해 있다.
아울러 난타 제작자이자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인 송승환, 명필름 대표 이은,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등 정부, 학계, 문화계 인사 53명(내부 3명)이 자문위원으로 구성, 다양한 문화콘텐츠 사업을 검토 중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문화콘텐츠 지원이 창조금융의 한 사례인 만큼 올해부터 향후 3년간 매년 펀드 및 직접투자 200억원을 포함해 총 7500억원을 문화콘텐츠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명량'만 놓고 보면 KDB산업은행이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투자로, 가장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산업은행은 '명량'을 제작한 CJ E&M펀드를 통해 17억 5000만원을 투자, 30%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이 펀드는 영화 명량 외에 수상한 그녀, 설국열차 등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영화에 투자한 바 있다.
예·적금 등 금융상품과 연계시키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이 지난달 29일 선보인 연 2.7% 금리의 1년 만기 상품인'우리나라사랑 명량 정기예금'은 단 하루만에 1000억원어치가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인기로 지난 11일에도 2차로 동일상품을 판매, 보도자료 등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5시간만에 완판시키는 기염을 토해냈다.
앞서 이 은행은 CJ엔터테인먼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등 영화제작사와 공동마케팅 협약을 맺고 영화 관객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시네마정기예금'을 2010년 1호 '김종욱 찾기'부터 지난해 말 출시했던 12호 영화'변호인'까지 판매했다.
이와 함께 올해 3월에는 YG엔터테인먼트와 문화공연 콘텐츠 산업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YG엔터테인먼트가 추진하는 방송, 공연 등 주요 사업영역과 관련된 금융상품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보험사들도 영화 등 문화콘텐츠 분야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이 결성한 펀드를 통해 명량 제작에 투자한 메리츠화재는 앞서 관객 900만명을 넘어서며 흥행에 성공한 설국열차에도 투자한 바 있다.
이 외도 전도연 주연의 '집으로 가는 길', 유아인 주연 '깡철이'등에도 간접 투자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문화콘텐츠에 대한 간접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특히, 명량의 경우 흥행에 크게 성공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SGI서울보증 역시 문화콘텐츠 제작 등을 지원하는데 간접투자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이 결성한 펀드(슈퍼스타 사모특별자산투자신탁 5호)에 투자했다. 이 펀드는 명량 제작 지원에도 사용됐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이 결성한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며 "투자처 다양화 측면에서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부화재는 올초부터 문화콘텐츠 투자에 관심을 갖고 간접투자에 적극 뛰어 들고 있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CJ엔터테인먼트가 조성한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며 "기업이미지 제고 효과 등 내부적으로 문화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생명도 올해부터 CJ엔터테인먼트가 조성한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앞서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 지원하고 배급한 장동건 주연의 '우는 남자', 류승룡 주연의 '표적'등에 투자했다. 이번 명량에도 간접 투자자로 나섰다.
신한생명 측은 "저금리 기조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대안으로 문화콘텐츠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각 금융사들이 문화콘텐츠 지원에 관심을 쏟으며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위험을 분산할 금융기법이 아직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이 같
그는 이어 "향후 영화나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는 일차적 소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금융·경제산업으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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