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을 잃은 이유는 다양하다. 글로벌 생산 규모가 800만대까지 확대되면서 성장 속도의 감속이 불가피해졌고, 원ㆍ엔 환율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 경쟁 업체 대비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 미국, 일본, 유럽 업체들의 경제 위기 이후 부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수입차가 내수 시장까지도 빠르게 잠식했다. 뿐만 아니라 안티 현대 분위기가 확산되고 만성적인 노사 갈등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 파워트레인 최적화 기술 열위, 친환경차 기술선도력 부재 등도 약점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이 염려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어느 날 갑자기 부각된 낯선 이슈가 아님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글로벌 과잉 생산에 대한 경고는 지속됐으며 각국 업체 간 경쟁은 늘 존재해왔다. 수출 일변도의 한국 업체에 환율이라는 변수는 항상 기회와 위기를 반복적으로 가져왔다. 1975년 고유 모델 포니 생산 이후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선진 업체들과의 기술 간격은 좁혀졌으면 좁혀졌지 더 벌어지지는 않았다. 신규 진입을 차단하려는 선진국은 항상 기술 무역장벽과 규제를 만들어왔고, 후발 주자들은 이 장벽을 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땀을 흘려야만 했다.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 요구와 천문학적 리콜은 신규 업체가 점점 넘기 힘든 벽이 되어가고 있다. 전기차와 신개념의 친환경차, 무인자동차를 만드는 신산업 침투자들도 이와 같은 안전 규제와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검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 건의 사망 사고가 수조 원의 배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지금도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개발도상국 중 유일하게 세계적 위상의 자동차 브랜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향후 글로벌 성장의 중심인 브릭스(BRICs) 시장에서는 일본 업체보다 월등히 높은 위상을 견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왜 지금에야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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