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ㆍ재개발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사들이 사업추진비 지급을 미루면서 조합을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어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6부는 최근 능곡연합주택재건축조합이 시공사인 L사를 상대로 제기한 사업추진비 대여금 청구소송에서 "건설사는 공사도급계약에 따라 일부 조합운영비를 제외한 사업추진비 전액을 조합에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L사가 조합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19억9000여 만원이다.
재판부는 "도급계약서에 건설사가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줘야 하는 사업추진비의 구체적인 항목이 열거돼 있으며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건설사는 대여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능곡연합주택조합은 L사에 2011년 5월부터 작년 9월까지 수차례 대여금을 지급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
조합이 작년 10월 도급계약 해제 안건을 주민총회에서 통과시킨 만큼 대여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L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조합이 소송을 제기한 이상 도급계약은 유효하다"며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양측은 시공 계약을 공식적으로 해제하지 않은 이상 도급계약 해제 안건이 주민총회를 통과하더라도 조합은 계약이 유효함을 계속 주장할 수 있다고 법원이 판결을 내린 셈이다.
김조영 국토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조합이 시공사로부터 정상적으로 자금을 빌릴 권리가 당연히 있다는 게 이번 판결의 의미"라며 "만약 건설사가 대여하지 않을 경우 연 20% 지연 이자까지 건설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건축ㆍ재개발 공사도급계약서에는 건설사가 조합 운영비, 설계비, 감정평가를 비롯한 각종 용역비 등 사
하지만 상당수의 조합들이 경기침체, 사업 지연 등을 이유로 건설사로부터 수년 동안 이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건설사가 조합에 자금 대여를 중단해 사무실이 문을 닫는 경우마저도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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