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직거래 시장이 없는 한국에서 엔ㆍ달러, 원ㆍ달러 환율을 계산해 나오는 원ㆍ엔 재정환율은 이달 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으로 낮아지기도 했다. 미국에서 조기 금리 인상설이 나올 정도로 달러화 강세 추세가 기정사실화된 반면 일본에서는 연기금의 해외 주식투자 확대 주장 등 엔화 약세 요인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엔화 약세 상황에서는 자동차, 조선, 철강 등 대형 수출주들이 일본과의 가격 경쟁력 때문에 실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휴대폰과 반도체 등 전기전자 업종의 경우 엔화 약세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투자심리가 약해질 것이라는 데는 거의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최근 일부 리서치센터를 중심으로 연말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값 상승(원화 약세)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연말 달러당 1050원을 예상한 골드만삭스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리서치헤드는 "올해 연말 원ㆍ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되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가 줄어 원ㆍ달러 환율 절상 압력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월 대만달러화-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개설한 대만에서 위안화 예금이 40조원 늘고, 그만큼 대만달러 절상 압력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원화 약세 수혜주는 전기전자, 자동차, 자동차부품 등 주요 수출주가 망라돼 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말, 내년 초로 갈수록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약세)하는 국면으로 가기 때문에 자동차와 IT 등 수출 대형주가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극단적으로 환율과 국내 기업 실적과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2012년 7월 이후 수출 데이터를 살펴보면 엔화 가치 변화가 한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를 찾기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엔화 약세 영향은 단지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뿐이라는 것이다.
하늘과 땅 차이인 환율 전망 속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돈 버는 종목'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증시 전문가들은 실적 증가폭이 환율 변동폭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의 종목이나 아예 환율 변동과 상관성이 적은 내수주를 선별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수주였지만 해외 진출에도 성공해 매출이 급성장했기 때문에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영원무역 등이 대표적인 고성장 사례"라고 말했다. 실적 고성장 업종으로는 헬스케어ㆍ바이오, 모바일 서비스, 미디어 콘텐츠, 소프트웨어, 레저
내수주의 경우 최경환 경제팀의 이른바 '초이노믹스' 수혜를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종목을 골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리 인하와 주택경기 부양 효과를 직접적으로 보는 건설, 금융(증권ㆍ은행)주뿐만 아니라 소비확대 혜택을 입는 유통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조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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