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9월 05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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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종적을 감춘 호텔롯데가 자금조달 창구로 기업어음(CP)과 사모채 시장을 활용하는 모양새다.
5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근까지 호텔롯데는 총 9조4220억원어치 CP를 발행했다. 지난 한 해 동안 호텔롯데가 발행한 CP 규모는 총 6조원 수준을 보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올들어 CP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가 발행한 CP를 보면 대부분 만기가 일주일물 이내 초단기물과 1개월에서 3개월 등 단기물 위주로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 사실상 올해 들어 이틀에 한번 꼴로 기업어음을 발행할 정도로 자금유출입이 빠른 상태다.
호텔롯데는 추가로 필요한 자금은 사모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하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서만 3차례에 걸쳐 사모채를 발행했다. 지난 3월 1000억원, 5월 1000억원어치 사모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지난달 29일에도 500억원을 사모로 조달했다.
특히 지난달 발행한 사모 회사채는 롯데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계 은행이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CP와 사모 회사채 공통점은 감독당국 승인 없이 경영진 판단 아래 제한 없이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호텔롯데가 공모 회사채 시장을 기피하는 것은 금융감독원 신고 절차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이후부터 롯데그룹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인 일본계 주주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약 2년반만에 공모 회사채에 돌아왔던 호텔롯데는 감독당국이 요구한 정보공개 수준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2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감독당국이 호텔롯데 주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면서 결국 그동안 베일에 가려왔던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이후 롯데알미늄 등 롯데계열회사 중 일본계 주주가 대주주로 있는 국내 계열사들이 공모로 자금을 조달할 때 감독당국은 주주정보 공개 요구 강도 높여 정보공개를 이끌어내고 있다.
호텔롯데가 다시 공모 회사채 시장에 나오면 감독원의 추가 정보 공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호텔롯데가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오너 경영진 지분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민감한 정보에 공개 요구를 받아들이면서까지 호텔롯데가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사모채나 CP 등 정보공개 수위가 약한 시장에서 자금조달을 계속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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