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9월 09일(10:19)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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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4대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이하 KKR)와 한국토지신탁(이하 한토신) 2대주주 아이스텀앤트러스트가 체결한 지분 양수도 계약을 둘러싸고 한토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해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한토신은 2대주주인 아이스텀앤트러스트가 보유 지분(31.61%)을 KKR이 유한책임사원(LP)로 참여한 파이어니어 PEF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이 계약에 대해 한토신 노사는 '환영 vs 반대'로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김용기 한국토지신탁 대표는 본계약 체결 직후 공식 성명을 통해 2대 주주 아이스텀앤트러스트의 보유지분을 인수키로 한 것에 대해 환영의 의사를 표명했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 한국 부동산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며 "글로벌 투자기관의 자금력 및 명성이 회사의 사업다각화 및 성장동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류형렬 한토신 노조위원장은 "단기 시세차익 실현이 목적인 해외 사모펀드의 인수를 반대한다"며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회사의 안정을 도모할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 위원장은 "과거 론스타 사태처럼 '먹튀 논란'이 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토신이 외환은행처럼 어려운 상황도 아닌데 굳이 성격도 불분명한 외국 자본을 들여올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KKR이 바이아웃 펀드가 아닌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special situation fund·이하 SSF)를 활용해 한토신 인수에 나선 탓이 크다. SS펀드는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구조조정 기업같은 헐값 매물을 사들인 뒤 단기 차익을 실현하고 빠지는 경우가 많다.
파이어니어는 지난 4월 계약한 주당 1630원에 한토신 지분을 사들였다. 한토신 주가는 경영권 분쟁 등 이슈로 인해 4일 종가 기준 2990원까지 치솟은 상태인 점을 감안하면 '헐값'이란 주장이다. 지금 당장 지분을 매각해도 2배에 가까운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번 인수전을 주도하고 있는 파이어니어 PEF 관계자 중 일부 인사가 론스타 출신인 것도 '먹튀 논란'을 부추기는 요소다. 파이어니어 PEF에 공동 GP(무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하는 프론티어인베스트먼트 김윤석 대표와 한화인베스트먼트 이영명 PE본부장은 과거 함께 일한 론스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KR이 단기 시세차익 실현을 위해 이번 인수전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2년여간의 매각 작업에 지친 직원들의 입장에선 반갑지 않은 행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명 한화인베스트먼트 PE본부장은 이와 관련 "외국 사모펀드에 대한 시선이 안 좋은건 알지만 단기차익 실현을 위해 인수한 것은 아니다"라며 "수년간 경영을 해서 회사의 값어치를 올린 다음에 정상적으로 지분을 매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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