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편견이 가져다 주는 비극
손해보험회사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는 A씨.
그는 수 년째 꾸준히 새벽에 운동을 겸해 아파트를 돌면서 보험과 관련된 홍보 자료와 DM자료를 제공하는 분이다. 그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는 우선 보험 영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새벽을 여는 상쾌함과 함께 하루를 효과적으로 시작하는 즐거움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날도 늘 하던 대로 새벽에 홍보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 중이었다고 한다. 중학교쯤 되어 보이는 아들과 아버지가 새벽에 아파트 현관을 나서면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말을 우연히 들었다고 한다.
그 아버지의 말씀 “너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저 사람처럼 새벽에 전단지 돌려야 해! 알았어?”
우연히 이 말을 들은 A씨는 순간 자신이 이렇게 일을 하는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실패한 자의 어려운 생활로 비추어 지고 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A씨는 수 년째 보험 컨설팅을 통해 억대 이상의 연봉을 받는 초 고액연봉자였다. 그는 자신의 일에 감사하면서 늘 열심히 일을 해 왔고, 실제로도 상당한 자산을 모은 분이다. 자산 규모나 소득규모로 보았을 때 아마도 우리나라 상위 5% 내에는 들어갈 정도로 성공했다. 더욱이 A씨의 나이는 50대로, 잘나가던 친구들이 모두 퇴직을 걱정하고 있는 지금, 앞으로 적어도 15년 이상은 지금처럼 더 일을 하고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더욱 실감하고 있는 중이었다.
보험 영업이 어렵다는 편견도 실제와는 다르다. 이 세상의 어떤 일도 어렵지 않은 일이 없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좋아 보여도 실제로 그 일을 하는 사람은 다들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런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보상, 즉 소득을 살펴보면 간접적으로나마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그래도 깊이 있게 잘 아는 영업분야가 보험분야라 보험 설계사란 직업을 좀더 분석해 보겠다.
보험을 파는 사람을 보험설계사라고 한다. 보험 영업을 한다. 영업이란 물건을 파는 일이다. 그런데, 상당수의 사람들은 물건을 파는 영업에 대해 꽤나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업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는가?
의사도 요즘은 영업을 해야 하고, 변호사도 영업을 해야 한다. 삼성전자도 스마트 폰을 팔기 위해 영업을 해야 한다. 영업을 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물건이나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살아남을 수 없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지만 보험회사의 컨설턴트란 직업의 특징을 예를 들어 분석해 보면 적어도 다섯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나이가 들어도 강퇴(강제퇴직) 당하지 않는다. 아주 적은 어느 정도의 영업 성과만 유지하더라도 절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겨나지 않는다. 오히려 평균 이상의 성과만 내더라도 퇴사할까 봐 지점장이 걱정할 정도이다.
둘째,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경험과 교육을 통한 지식의 습득이 가능하다. 보험 상품은 눈에 보이는 물건이 아닌 금융상품이므로 철저한 공부와 다양한 규정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보험사는 엄청난 재원과 시간을 들여 보험 컨설턴트를 수시로 교육한다. 세무, 법률, 재무플랜, 금융상품, 투자 등등… 인생에서 꼭 필요한 분야 중 하나인 경제와 금융을 오히려 돈을 받고(?) 교육까지 받는다. 이렇게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을 활용해 다시 수입을 얻게 된다.
셋째, 육체적으로 과도한 노동이 필요하지 않다. 벽돌을 나르거나, 육체적인 조건이 필요한 일들은 나이가 들면 할 수 없다. 금융 서비스는 직접적인 육체 노동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장애를 가진 분들도 오랜 기간 할 수 있을 정도로 육체적 제약이 적다.
넷째, 어느 정도 시간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 60세가 넘어서도 365일 중 363일을 쉬지 않고 일을 한다면 인생이 어떻게 될까? 돈을 벌고 원할 때 여행이라도 갈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한 것이 인생의 노년기이다. 영업자는 자신의 일의 강도를 조절함으로써 시간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
다섯째, 그래도 일을 하면 대가가 만족스러워야 한다. 생명보험, 손해보험협회에서는 우수인증설계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수인증설계사란 근속기간과 보험계약 유지율, 모집실적, 완전판매 여부를 엄격하게 심사하여 매년 “우수인증설계사”를 발표하는데, 전체 설계사의 약 10.5%(2014년기준)가 우수인증설계사이다. 최소 월 평균 500만 원 이상 벌어야만 해당된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약 1억 901만 원 정도라고 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 해도 한 시간에 5000원의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는 일을 한 만큼 돈을 받지만 1대 1의 소득구조를 가진 일이다. 이런 일로는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자신의 노력에 따른 한도 없는 보상이야말로 일을 즐겁게 만드는 원천일 것이다.
여섯째, 자기 자본이 들어가지 않는다. 살던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큰 돈을 사업에 투자할 경우 잘못되면 남은 노후가 매우 부담스럽게 된다. 그렇다고 자본 없이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다. 보험설계사란 직업은 자신의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지금까지 보험설계사란 직업을 예로 들어 설명했지만, 우리가 가지는 편견은 그 일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는 아주 공부를 잘해서 성공한 의사가 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성공의 모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들도 나름 대로의 어려움과 아픔이 있다.
3RD AGE 시대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어떤 일을 선택해야 하는가의 첫 번째 조건은 “내가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다음으로 선택해야 할 조건은 위의 여섯 가지 조건이 어느 정도 충족되는가를 체크해 보아야 한다.
필자는 친구들을 만나면 퇴직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늘 묻는다. 개인적으로 놀라운 것은, 친구들 중 상당수가 “개인택시”를 할 생각이라고 답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개인택시를 운전해서는 그리 큰 돈을 벌지 못할 텐데….
그들의 생각을 듣기 전까지 필자 또한 택시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한 친구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이른바 최고의 직장에서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가 개인택시를생각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데, 그 이유가 위에서 말한 여섯 가지 조건과 상당히 일치한다는 사실에 내심 놀랐다. 개인택시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사업이므로 누구도 자신에게 뭐라 하지 않는다는 사실
둘째, 처음에는 조금 어렵겠지만 하면 할수록 경험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
셋째, 육체적으로 할 수 있을 때 까지 할 수 있다는 사실.(얼마나 큰 육체적 노동인지 필자는 솔직히 모르지만, 70이 넘어서도 하고 계신 분들은 택시를 타면서 많이 만나니 70대까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넷째, 하고 싶을 때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 특히 이 부분을 이야기할 때 아주 열정이 넘치는 듯 했다.
다섯째와 여섯째, 이 부분에 대해서는 친구도 큰 수입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에 동의했다. 하지만 자본 부분은 개인택시 면허를 사는데 1억 원 보다는 적게 든다고 하면서 그 정도의 경제적 부담은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수입에 대해서는 자신이 지금까지 열심히 벌면서 약간의 재산이 있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연금 등에도 꾸준히 불입했기 때문에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택시를 통해 생존을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개인택시 운전을 통해 자녀를 교육하고, 노후 준비를 하고, 부자가 되고자 한다면 이 일이 정말 고달플 수 있지만, 친구처럼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사람이 한다면 역시 괜찮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잘 아는 직업에 대해서는 편견을 이야기 하면서 잘 모르는 다른 직업에 대해서는 필자 또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요즘 청년 일자리가 너무 부족하다고 하고, 너무 빠른 퇴직으로 인해 건강한 장년층의 일자리도 또한 너무 부족하다고 한다.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외적인 경제, 금융 환경으로 인한 어려움을 제거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아마 우리는 경험하지 못한 수 많은 직업과 일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알고 있는 아주 좁은 분야만을 놓고 선택하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회사 택시를 운전하는 필자의 친구에게 보험 설계사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떠냐고 권한적이 있다.
그 친구는 “내가 어떻게 보험 일을 하겠니? 나는 잘 못해”라고 일언지하 거절했었다. 그 친구가 알고 경험한 보험 일이 그 친구의 선택지 중 하나를 없애 버린 것이다.
“남보다 더 존중 받고, 더 자유로우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아무도 간섭하지 않고, 놀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이 세상에 과연 있을까?
편견을 두지 않고 일을 바라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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