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추위는 차기 회장ㆍ행장 겸임에 대해 토론을 펼쳤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배구조 형태가 모호한 상태에서 차기 회장 선출 절차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KB금융지주 회추위원들은 은행장을 겸임할 수도 있는 점을 감안해서 '중량감'있는 차기 회장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줄 것으로 보인다. 조직 안정을 위한 리더십뿐만 아니라 은행 경영 사정을 잘 아는 인재가 유리하다. 이에 따라 경력이 짧은 내부 출신보다는 금융권 경험이 많은 외부 출신에 힘이 쏠린다. 이어 KB 경영진이 1~2년 뒤 안정을 찾으면 은행장을 별도로 두는 쪽으로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KB금융그룹은 계파 갈등이 커진 데다 경영 공백이 심각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해 보인다"며 "차기 회장이 당분간 은행장을 겸임한 뒤 KB금융이 정상화되면 그때 은행장을 임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KB금융은 경영 공백 속에 상당히 어수선하다. 국민은행(1채널)과 주택은행(2채널) 출신으로 나뉘어 편 가르기와 줄 대기를 통한 자리 경쟁도 치열해졌다. 특히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있던 지난 1년 동안 주택은행 출신들이 지주 부사장, 회장 비서실장, 이사회 사무국장 등 요직에 앉으면서 국민은행 출신으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도쿄지점 부당 대출과 국민채권 횡령, 고객정보 유출 등 각종 대형 금융사고는 허술한 내부 통제에서 발생했다"며 "KB금융그룹 내부에 출신별로 '끼리끼리' 문화 때문에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 전 회장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직무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이날 전격 취소한 가운데 차기 회장 선출 작업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다음달 하순 KB금융지주 회장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회추위는 다음달 2일 이사회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과 외부 전문기관 등에서 추천된 100여 명 후보 중 회추위원들의 평가를 거쳐 10여 명으로 1차 압축한다. 회추위원들이 1~5순위자로 차등 평가하면 상위 득점자 순으로 추리는 방식이다. 회추위는 이어 상위 득점자 4명 내외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차기 회장 내정자는 후보별 90분 심층면접을 거쳐 회추위원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받아 결정된다. KB금융지주는 11월 21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장을 확정할 계획이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차기 회장을 뽑고 나서 사의를 표명할 것을 고심하고 있다. 특히 임 전 회장이
한 사외이사는 "KB 사태에 책임을 느끼고 있으며 다른 사외이사들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회장 선출이 시급한 사안이기에 공정한 절차로 마무리하고 나면 자리에서 물러날 뜻이 있다"고 말했다.
[송성훈 기자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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