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9월 26일(09:37)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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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자본확충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새로운 자본규제인 바젤3 체제 하에서 기존 후순위채가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JB금융지주가 자본확충을 위해 택한 '원화' 적격 후순위채권(코코본드)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한 탓에 주요 시중은행들은 '외화' 코코본드를 새로운 자본확충 수단으로 선택할 움직임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전날 10년 만기 3억달러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권(코코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발행 금리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10T)에 1.95%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기존에 발행된 국내 시중은행들의 외화 후순위채 중 가장 낮은 가산금리를 기록했다.
이번 채권은 하나은행의 첫 바젤3 적격 후순위채다. 국내 은행 중 최초로 두 곳의 국제신용평가사(무디스와 S&P)로부터 투자적격 신용등급을 받았다는 점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번 채권은 지난 4월 우리은행이 처음으로 선보인 외화 코코본드와 같은 구조로 설정됐다. 바젤3 기준에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요건인 '조건부자본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향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지급 의무가 사라지는 상각형 조건부 자본증권이다. 우리은행은 당시 국내 최초로 바젤3 기준에 맞는 10억달러 규모의 외화 코코본드를 발행해 업계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발행에 앞서 하나은행은 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지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는 딜로드쇼를 진행했다.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은 뜨거웠고, 실제로 이번 채권의 투자자 모집 과정에는 발행예정액의 6배에 달하는 주문이 몰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외화 후순위채 발행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획재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특히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국내 은행에 대한 지원의지를 적극적으로 설명해 해외 신용평가사로부터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 주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외환은행과의 조기 통합 추진 소식이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이 자본으로 인정받아온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7조8000억 원, 후순위채는 28조7000억원이다. 기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의 자본인정한도가 매년 10%포인트씩 감소하게 돼, BIS비율을 맞추기 위한 추가 자본확충이 해마다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 시중은행들의 외화 코코본드 발행이 따라 늘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현재 하나은행에 이어 외환은행도 외화 코코본드 발행을 추진중이다. 최근 주간단 선정을 완료하고 준비작업에 착수해 10월에는 발행을 성사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한 IB 관계자는 "JB금융지주와 부산은행이 국내에서 코코본드를 통해 자본확충에 나선 대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우리은행처럼 해외 코코본드를 택해 BIS 비율을 제고하려는 것"이라며 "다른 시중은행들도 기존의 원화 후순위채를 대체할 수단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 해외 코코본드 발행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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