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ㆍ주택은행으로 나뉜 고질적인 채널 갈등이 또다시 불거지는 상황에서 국민은행 노조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자칫 능력보다는 말 안 나올 사람을 뽑기 위한 인기투표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다시 KB금융그룹에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KB 회장 선출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짚어봤다.
KB금융지주 이사회(회장추천위원회)는 지난 2일 회장 후보군에 8명을 선정하고 평판 조회에 들어갔다. 헤드헌팅업체 두 곳에 의뢰해 후보별 장단점을 수집하고 있다.
현재 후보로는 외부 인사로 양승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등 4명이다. 내부 출신은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등 4명이다. 문제는 오는 16일 회추위까지 2주 동안 후보군을 4명으로 압축하기 위한 면접이나 토론 등 일정이 없다는 점이다. 오직 헤드헌팅업체가 수집한 정보에만 의존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헤드헌팅업체가 얼마나 구체적이며 객관적으로 장단점을 제시할지 의문"이라면서 "자칫 장점만 나열하는 방식이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회장 후보를 면접하고 토론하는 등 심층적으로 판단하는 일정이 전혀 없다"며 "사외이사들이 2주 뒤에 결국 친분에 따라 '인기투표'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지난 2일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에게 '외부 낙하산 선임 반대 서명운동'에 동참한 1만여 명의 서명지를 전달했다. 1차 후보군 선정을 앞두고 사실상 '협박'에 가까웠다고 일부 사외이사들은 전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상위 단체인 금융노조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KB 사태' 문제점을 정치권에 수시로 전달해왔다. 박근혜 대통령뿐만 아니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도 설명하는 등 정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외부 출신 인사들에겐 편지를 보내 '포기'를 권고하기도 했다. 반면 외부 출신이지만 KB금융그룹에서 2년 이상 일했던 인물은 '내부 출신'이라는 기준을 정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노조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외부 출신 금융전문가들이 회장 자리에 도전장조차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KB 내부 출신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모두 배제된 배경에는 'KB 사태'에 대한 책임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옛 국민은행(1채널)과 주택은행(2채널) 출신별로 줄서기를 하느라 바빴다. 임영록 전 회장이 일했던 지난 1년간 지주 부사장, 이사회 사무국장, 비서실장 등 요직을 장악했던 2채널이 권력 연장을 위해 애쓰는 동안 1채널에서 적극 견제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 같은 조직 채널 간 갈등은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도 이어졌다. '제 식구' 후보들을 적극 밀면서 상대방을 비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은행 출신들은 '주택은행 출신만 회장이 안 되면 된다'는 식으로 움직였고 반대쪽에서도 똑같은 논리로 견제했다"면서 "고질적인 채널 갈등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다시 나왔다"고 말했다.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이 정해진 뒤 언론 등에서 검증에 들어가면서 후보별 단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들이 위기를 극복할 최적 후보보다는 흠이 적은 후보를 뽑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사외이사들은 후보 총 8명 중 3명에게 차등(1~3순위)을 두고 추천한 뒤 상위 득점자 4명을 가려낼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 선택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미 KB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들이 노조 반대에도 불구하
[강계만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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