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성과가 좋은 일부 투자자문사 ELB는 거액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수천억 원씩 몰리면서 최근 판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과거 중소형주 펀드, 압축 포트폴리오 펀드, 롱숏 펀드,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등의 뒤를 잇는 대박 금융상품 반열에 오른 것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라임투자자문은 최근 삼성증권 등 주요 판매사에 롱숏 ELB 신규 판매를 9월 말로 종료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라임자문은 당초 10월 말까지 롱숏 ELB를 3000억원 한도로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증권사 영업점에 이 소식이 전해지자 거액 자산가들이 몰리며 9월 말까지 판매잔액이 3400억원으로 늘면서 예정보다 한 달 앞서 신규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원종준 라임투자자문 대표는 "롱숏 전략 운용의 효율성과 투자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당초 3000억원까지만 판매하는 게 운용의 원칙이었다"며 "9월 말 가입 신청이 들어온 물량까지만 다음주 최종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라임자문 롱숏 ELB에 자금이 몰린 것은 자문사 가운데 올해 운용 성과가 가장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자산가 사이에서 퍼졌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라임자문 롱숏 ELB는 원금보장형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연초 이후 9월 말 기준 평균 18.6%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라임은 이르면 내년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라임자문뿐만 아니라 쿼드투자자문(6000억원) 그로쓰힐투자자문(4000억원) 등 다른 선발 자문사도 이미 수천억 원 단위의 롱숏 ELB를 운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롱숏 ELB를 가장 많이 판매한 신한금융투자와 우리투자증권의 9월 말 기준 롱숏 ELB 누적 판매액은 2조3100억원에 달한다.
다른 증권사까지 합하면 총판매액은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주로 만기 2년 상품인 롱숏 ELB는 투자금이 들어오면 일단 원금 전부를 은행 정기예금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과 같은 안전자산에 넣는다. 최근 은행 예금금리가 연 2.3% 수준임을 감안하면 2년 동안 안정적으로 약 4~5%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보통 원금의 50% 범위에서 발행 증권사가 자기자본으로 롱숏 투자를 병행해 연 8% 정도 수익률을 목표로 운용한다. 만약 5% 이상 손실이 나면 롱숏 투자를 중단해 원금을 지키는 구조다.
한편 라임자문 롱숏 ELB 신규 판매 중단 선언은 인기 금융상품의 상징과도 같아 더욱 눈길을 끈다. 앞서 2010년 말에는 '알리안츠best중소형' 펀드가 약 1년 동안 판매를 중단했고, 2011년에는 압축 포트폴리오 펀드인 '프랭클린템플턴포커스' 펀드가 6개월 동안 판매를 중단했다.
올해 들어서도 '마이다스거북이90 롱숏' 펀드, '흥국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 등이 판매를 중단
업계 관계자는 "효율적 운용을 위한 금융상품의 신규 판매 중단은 그만큼 해당 상품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롱숏 ELB : 채권처럼 원금보장이 되면서 롱숏 운용 전략을 통해 증시 방향성과 무관하게 초과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원금보장형 주가연계 파생결합상품.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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