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0월 15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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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펀드 투자대상이 인프라스트럭처, 부동산, 에너지 등 대체투자가 주목받는 가운데 향후 국부펀드간 '공동투자'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14일 매일경제 미디어그룹 주최로 개막한 세계지식포럼 '국부펀드, 장기투자자인가 머니블랙홀인가' 세션에서 이같이 밝혔다.
안 사장은 지난 2012년 홍콩 금융통화청(HKMA)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가 샌프란시스코 고층빌딩 101캘리포니아스트리트를 9억1000만달러(약 9600억원)에 사들인 것을 사례로 들었다. 해당 거래는 현재까지 아시아 투자자가 사들인 미국 부동산 중 최고가액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수천억원의 자산규모를 자랑하는 국부펀드조차 섣불리 사들이기 힘든 비싼 물건도 국부펀드들이 힘을 합칠 경우 상대적으로 쉽게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것. 투자자들간 비밀유지협정탓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연기금들의 해외부동산 매입 중 상당수가 이같은 국부펀드간 공동투자의 산물이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같은 국부펀드 공동투자의 장점은 무엇일까. 글랜 어거스트 오크힐 어드바이저 최고경영자(CEO)는 "공동투자는 투자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투자전문성이나 규모가 떨어지는 국부펀드들에게는 투자장벽을 낮춰주는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국부펀드도 수조원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부터 수백원 규모의 중소 국부펀드까지 투자방식, 투자전문성, 투자규모 등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부펀드간 공동투자가 활성화될 경우 협업에 의한 비용감소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국부펀드 세션에는 국부펀드가 향후 통일 한국의 인프라스트럭처 개발의 주요 자금원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마시밀리아노 카스텔리 UBS 글로벌자산운용 국부펀드 전략 대표는 "한반도 통일 이후 북한을 개발하는데 천문학적인 재원이 들어갈 것"이라며 "글로벌 국부펀드 자금을 활용하면 효율적인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프라스트럭처 개발 과정에서 정치적 이유로 타국 국부펀드의 투자를 과도하게 경계할 필요가 없다는 진단도 나왔다.찰스 달라라 파트너스그룹 미주지역 총괄 회장은 "국부펀드는 '산티아고 원칙(Santiago Principle)'이라는 자체규율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배제하고 있다"며 "민간투자기관대비 높은 책임감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산티아고 원칙은 국제 국부펀드 협의단(IWG; International Working Group of Sovereign Wealth Funds)에서 자체적으로 제정한 원칙으로 국부펀드의 자금조달, 운용, 투자 과정에 있어서 외부에 명시적으로 공시한 정책(policy)에 따라 집행되어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의도 등 불순한 목적이 개입되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국부펀드의 자국내 투자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는 오히려 외자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이날 세션에 참석한 패널들의 공통된 견해다.
국부펀드들의 잇다른 해외투자로 '침략자' 이미지가 높아지는데에 대해 오히려 국부펀드들이 금융안정판 기능을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 호주 중앙은행 총재인 이안 맥팔레인 골드만삭스 고문은 "리먼 금융위기 직후 씨티은행, 모건스탠리 등에 자본을 수혈한 주요 투자자는 바로 국부펀드"라며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의 회복에 국부펀드가 큰 기여를 한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부펀드의 장기투자경향은 '단타'로 치고 빠지는 국제투기자본과 확연한 차별점을 가지기 때문에 금융안정에 기여하는바가 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글로벌 '부의 재분배' 역할도 해준다는 것이 맥팔레인 고문의 분석이다. 그는 "중앙은행들은 미국, 일본 등 국채에 투자해 선진국 투자가 주류를 이룬다"며 "수익률 추구가 중요한 국부펀드는 개발도상국 인프라스트럭처 등에 투자한다는 것이 중앙은행과 다르다"고 말했다. 오일머니,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쌓아올린 국부펀드의 자산이 개발도상국으로 흘러가 해당국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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