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자산운용사와 인수ㆍ합병(M&A) 중개업체들이 속속 한국을 방문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들은 저성장ㆍ저금리의 뉴노멀 상황이 펼쳐지면서 수익률 하락 고민에 빠진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물론 사업 확대를 노리는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유럽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도 유럽 기업과 한국 기업 간 협력 강화를 당부한 터라 스위스 기관들의 잇단 방문이 한국ㆍ유럽 간 투자 활성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2일 스위스 M&A 중개업체(부티크)들이 서울 양재동 KOTRA 본사에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유럽투자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에 한국을 찾는 스위스 중개업체들은 쿠르만파트너스(Kurmann Partners), 발라티스그룹(Valartis Group), 아이넷글로벌(I-net Global) 세 곳이다. 쿠르만파트너스와 아이넷글로벌은 의료ㆍ바이오 분야, 발라티스는 자동차부품ㆍ소비재ㆍ에너지 분야 M&A에 특화된 곳이다.
이들 3개사는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 나온 신재생에너지, 정보기술(IT), 바이오 분야의 16개 매물을 놓고 국내기업과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상곤 취리히 무역관장은 "스위스는 유럽의 중앙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바이오ㆍ의약, IT, 금융산업이 발달해 M&A 중개업체들이 거점으로 선호하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이들 스위스 기관의 한국 방문은 유럽 투자를 하고 싶어도 정보가 부족해 망설이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에 특히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해외 기업에 대한 M&A가 활성화됐지만 정보력과 협상력이 열세인 중소기업들에는 그림의 떡이었다. 실제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2012년 8000만달러로 대기업 55억4000만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
스위스의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애드백도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한국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유럽투자설명회를 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화생명, 현대해상, 농협중앙회,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등 다양한 기관들이 참석했다.
애드백의 스벤 리덴 최고경영자는 "유럽 기업 99%가 연 매출 5000만달러, 종업원수 250명 이하 중소기업인데, 이 중 40%가 자본확충을 원하고 있다"며 "작은 덩치 탓에 증시에서 자금조달이나 은행 차입이 쉽지 않아 자본투자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많기 때문"
운용자금이 500억달러(약 53조원)에 달하는 스위스 PEF 운용사 파트너스그룹도 한국 자금 유치에 적극적인 스위스 기관 중 한 곳이다. 이곳의 찰스 댈러라 미주총괄회장은 지난 14일부터 열린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와 개별미팅을 갖기도 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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