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투자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한 달 동안 코스피가 7.85% 급락하는 동안 대다수의 업종이 하락했지만 제약ㆍ바이오(7.39%), 의류(3.75%), 생활용품(9.28%)은 상승했다. IT 하드웨어는 17% 가까이 떨어진 반면 게임ㆍ모바일이 포함된 소프트웨어주는 3.06% 올라 선전했다. 특히 제약ㆍ바이오주는 수익성 개선과 에볼라 테마 출현으로 52주 신고가 종목이 속출했다. 지난 17일 하루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10개 제약사가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그러나 코스피가 반등한 이날 에볼라 관련주로 급등했던 국제약품, 명문제약, 오리엔트바이오뿐만 아니라 3분기 실적 호전주로 기대를 모은 녹십자 유나이티드제약 환인제약 등 제약 업종 주가까지 일제히 하락했다. 이로 인해 최근 대외 불안정 속에서 '안전한 선택지'로 각광받았던 이 업종들이 상승장이 다가오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정된 수급 여건에서는 이익 가시성이 높고 영업환경 변화가 크지 않은 제약과 모바일 게임, 내수주가 선전했다"며 "하지만 거시환경이 나빠진 틈을 타 오른 만큼 조정받을 여지도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 불안이 여전하고, 경기민감주들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주가가 잠시 오르더라도 대형 수출주로 옮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종목별로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일시적 반등은 가능하지만 낙폭과대주의 추세적 상승을 점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것이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체질이 크게 좋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인 내수 성장주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급락했던 대형 수출주들이 반등을 시도할 수는 있지만 정유, 조선 등 실적 부진업종이 장을 주도하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지금의 코스피 상승은 실적과 경기가 뒷받침되지 않은 가운데 추세가 아닌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며 "코스피가 1960선은 도달해야 업종별로 상승 추세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코스피 지수는 1900으로 바닥을 찍었지만 개별 업종 주가도 바닥을 탈출해 상승세로 바뀔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업종별로 낙폭과대에 따른 일시적 반등은 있지만 꾸준한 상승세로 추세 전환은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종목별로 바닥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 중 하나는 외국인의 지속적인 순매수가 시작됐는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장세에서는 외국인이 계속해서 순매도하는 종목은 많아도 꾸준히 사들이는 기업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주가가 올해 초 대비 반토막난 조선업종의 경우 외국인은 지난 16~17일 연속 순매수 했지만 20일에는 순매도로 돌아섰다. 외국인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에 대해 이틀간 반짝 매수 후 이날 주가가 오르자 즉시 내다팔며 차익을 실현했다. 업황이 나쁜 조선업종 주가가 계속 오르기는 힘들다고 보고 싼값에 매수한 주식을 주가가 오르자 거침없이 팔아치운 것이다. 정유회사인 에쓰오일도 지난 16~17일 외국인은 저가에 매수한 뒤 20일에는 매도하며 차익을 챙겼다. 태양광 대장주인 OCI의 경우 외국인은 지난달 23일부터 11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뒤 주가가 등락을 보이자 사고팔고를 반복했다가 20일 주가가 4% 넘게 오르자 순매도로 돌아섰다. 반면 외국인은 포스코 엔씨소프트 SK텔레콤 대림산업 등을 계속해서 팔고 있다. 외국인 입장에서 볼 때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추가 저가매수 기회를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조선ㆍ정유ㆍ건설업종은 주가가 바닥에 근접했지만 실적이나 업황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가져가긴 힘들다"며 "추세 상승을 보고 살 만한 것은 여전히 제약ㆍ바이오나 유틸리티 분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호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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