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과 지주사 아모레G를 포함한 아모레퍼시픽그룹 시가총액은 23조468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를 대표하는 유통업체 롯데쇼핑(9조4000억원) 현대백화점(3조1710억원) 신세계(2조84억원) 등 백화점 3사와 이마트(5조6170억원) 시가총액을 전부 합한 금액 20조1964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화장품 하나로 국내 굴지 유통주를 시총 규모에서 압도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주가도 지난해 말 100만원에서 지난 23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265만4000원까지 165.4%나 올랐다. 최근 실적이 개선되는 기업이 워낙 드물어 중국인 관광객 소비를 등에 업은 견조한 이익 성장이 주가에 높은 프리미엄(할증)을 붙여준 결과다.
그러나 3분기 사상 최대 실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논란은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기업가치를 검토할 때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한 3분기 예상 매출액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조964억원으로 4개 유통업체 매출 합계 11조7213억원의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도 2773억원으로 나머지 4개사 6670억원보다 적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롯데ㆍ현대ㆍ신세계백화점 3사와 아모레퍼시픽 중 하나만 매입하라면 상식적으로 전자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유독 주식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이들 규모를 압도하는 것은 과열 신호로 보여 걱정스럽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지난 23일 정점을 찍은 뒤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5거래일간 주가는 11.6% 미끄러졌고, 30일에도 장중 2~3%대 낙폭을 보이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이처럼 고평가된 종목들이 연말까지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정보팀장은 "12월께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성장주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성장이 안정적이더라도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높다면 투자에 신중을 기하면서 디스카운트가 과도했던 대형주로 돈을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과도한 '쏠림 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컴투스는 게임 하나로 시가총액이 1조9467억원으로 단숨에 뛰면서 국내 종합엔터테인먼트 3사인 YG엔터테인먼트(6712억원) SM엔터테인먼트(5967억원) JYP엔터테인먼트(1420억원) 시총 합계 1조40
다만 일각에서는 기관투자가가 연말 결산기를 앞두고 펀드수익률 관리를 위해 그동안 성과가 양호했던 종목에 대한 차익 실현을 최대한 미룬다면 주가를 지탱해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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