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위인 한국 자동차 산업도 비슷한 염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대부분 산업에서 실적 악화에 따른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은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강하게 치고 올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경기 회복 정체, 유럽 트리플 딥 염려와 중국 소비 둔화 가능성이 9월 이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주력 소비시장이 정체될 가능성이 2015년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로존 리스크를 차례로 경험하면서 글로벌 업체들은 큰 낭패를 경험했다.
이는 일부 한정된 시장에 올인하던 업체들에 시장 분산이 얼마나 중요한지 크게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지난 2~3년에 걸친 경기 회복기에 이들 업체는 예상됐던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는커녕 신흥시장에 보험 성격인 설비투자를 늘리는 데 앞장섰다. 다시는 시장 집중으로 인해 곤혹스러운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다. 구조조정이 없는 생산능력 증가였으므로 전체 공급능력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년 경기 둔화가 점쳐지면서 늘어난 공급량을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라는 재화는 특히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떨어지는 높은 감가상각률과 큰 부피로 인한 높은 재고 관리 비용이 특징이다. 인센티브를 지급해서라도 재고를 처분하거나 가동률을 낮춰 생산량을 줄이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미국 유럽 중국 등지에서 월간 재고가 올라감과 동시에 인센티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엔화 약세로 힘을 얻은 일본 업체들 인센티브 증가폭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 JD파워가 내놓은 미국 월별 가격 동향을 보면 닛산 9월 판매단가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9%, 혼다는 8.5% 각각 하락했다. 반면 제값 받기 전략을 고수하는 현대·기아차는 2.6% 인상됐다.
시장점유율에서는 당연히 값을 싸게 주는 업체가 유리하다. 오랫동안 질적 성장에 주력했던 현대·기아차 전략이 심각한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시장점유율을 지킬 것인지, 가격을 지킬 것인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중앙은행(BOJ)이 추가 양적 완화를 발표하면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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